인구고령화는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한다. 사진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 참가자.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급속도로 높아지는 고령인구의 비중이 경제성장에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20일 김경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과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인구구조변화와 경상수지’ 연구보고서를 요약·소개했다. 연구는 세계 180여개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된 유년 부양률·노년 부양률·기대수명 등의 요인들이 경상수지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더 오래 일하거나 더 많이 저축하거나

연구자들은 빠르게 증가중인 노년 부양률에 분석의 중점을 두며 “향후 노년 부양률의 변화는 유년 부양률보다 훨씬 클 것이므로,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노년 부양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달려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조사 결과 인구구조에 대한 통념처럼 노년 부양률은 경상수지와 역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부양률의 증가가 경상수지에 선형적 악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검증에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노년 부양률의 제곱항은 5% 수준에서 양수로 유의하게 추정됐다. 이는 노년 부양률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며,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자들은 해당 전환점을 23.6%로 추정했다(2015년 한국 노년 부양률 18.0%).

기존의 연구들과는 상반된 조사결과를 분석하며 연구자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동 연구에서 투자율보다 저축률이 부양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검증된 만큼 저축률에 대한 노년 부양률의 영향력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우선 연구자들은 고령인구의 증가가 은퇴연령을 늦출 수 있다고 봤다. 이미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정년 연장이 논의되고 있으며, 은퇴 후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고령층이 경제활동에 참가해 소득을 올린다면 높은 노년 부양률이 저축률을 낮춘다는 통념이 깨질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고령화에 대비해 경제행동의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노년소비기간이 길어질 경우 경제주체들은 삶을 보다 멀리 설계하고 더 많이 저축할 것이다. 정부가 늘어나는 연금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제도를 확충하고 사회보험 납입액 수준을 높인다면 이 또한 저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 아직은 어려운 ‘미래 들여다보기’... 더 많은 연구 필요

즉 고령층의 더 많은 경제활동참여와 높은 사회보장부담금을 감내할 수 있다면 늘어난 고령인구를 경상수지 증가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자들은 “향후 노년 부양률의 변화가 경상수지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예측하기 어렵다. 추정된 모형처럼 한국의 노년 부양률이 증가함에 따라 경상수지에 미치는 양의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비현실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래 없이 빠른 한국의 고령화 진행속도는 연구결과에 높은 정확성을 부여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국제사례 중 가장 높은 노년 부양률은 40.3%였는데, 한국의 2036~2040년 예상 평균 노년 부양률은 54.4%였다. 유사한 사례가 부족해 고도로 진행된 인구고령화가 야기하는 문제점들을 연구결과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자체지적이 있었다.

국제정세의 변화 또한 미래 연구를 어렵게 만든다. 한국은행은 20일 시나리오별 통일 한국의 고령화 수준을 예상한 최지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의 연구보고서를 함께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의 통일은 현재 예상된 한국의 고령화 수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그 정도는 통일의 충격에 출생률과 북한인구의 기대수명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3.0%에서 6.5%까지 다양했다.

연구자들은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인구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령화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관측되고 있는 현상인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자료의 질 또한 높아진다. 또한 앞서 지적됐듯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경제구조와 경제주체의 성향, 연금·금융·노동제도가 함께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향후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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