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어떻습니까?”

지난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건넨 말이다. 박정원 회장은 “지금 3등하고 있는데, 부상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라고 답했다.

이어진 자리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최근 논란에 휩싸인 신고리원전 공사중단과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고리원전 공사중단시 두산중공업의 매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다소 민감한 사안인 신고리원전 공사중단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이날 박정원 회장은 여타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만남을 가졌다. 또한 고충을 털어놓는 등 진정성 있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 복수노조 악용의 정석?

하지만 같은 날 두산그룹의 한 계열사는 노조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을 벽 사물함을 바라보고 앉아있게 해 충격을 안겼던 ‘두산모트롤’이다.

금속노조 두산모트롤 지회는 이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에 두산모트롤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두산모트롤이 여러 교묘한 수법으로 지회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두산모트롤엔 현재 두 개의 노조가 공존하고 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기업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두산모트롤은 복수노조 제도 악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승진 차별’ 의혹이다. 두산모트롤 지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승진자 69명 중 지회 소속 조합원은 11명에 불과한 반면,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은 58명에 달했다. 두 노조의 조합원 수는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지회 소속 조합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대기발령, 전환배치 하는 일도 적잖게 발생했다. 벽을 바라보고 앉아있게 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노조탄압을 넘어 인권탄압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이 같은 갈등과 논란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와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또한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슬로건과도 거리가 멀다.

박정원 회장은 활짝 웃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 뒤엔 두산그룹의 씁쓸한 민낯이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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