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보다 뚜렷한 경제상황의 개선이 있을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31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해 현재 통화정책 운영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점검했다.

◇ 통화정책 정상화는 “보다 뚜렷한 개선이 있을 때”

한국은행은 보고서 서두에서 “국내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가능성도 약간은 열어뒀다.

한국은행이 16년 6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 후 현재까지 금리를 동결해온 데는 우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이 배경이 됐다.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은 2%대에서 오름세를 보였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인 근원물가상승률은 1.5%로 1분기에 비해 낮아졌다. 2분기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도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한국은행은 “수요 면에서의 (금리)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았다는 점도 저금리를 유지한 이유로 제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시점은 아직도 불확실하며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상존해있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 중인 가계대출 또한 금리를 쉽사리 인상할 수 없는 이유다.

◇ 가계대출 증가세와 수출실적 차별화가 경계 대상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하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계획과 높은 가계부채 수준, 그리고 주요산업의 수출전망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에 유의한 통화정책 운용을 강조하며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 동결 결정과 함께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비교적 빠르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연준이 현재 4조5,000억달러 규모인 보유자산을 1조2,000억달러에서 2조4,000억달러까지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늦어도 2021년에는 보유자산 축소가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미국의 장기금리를 상승시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자본유출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감축계획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과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사실이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자체 거시경제모형인 BOKDPM모형을 통해 미 연준 보유자산 축소로 인한 국내 성장률의 하락폭이 0.0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다 가까운 위협은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문제다. 2분기 가계대출은 월평균 6조1,000억원 증가해 2조8,000억원이었던 1분기 월평균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가계대출은 상반기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봤다. 증가하는 신규 분양 및 입주 예정물량은 대출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가격 또한 경기회복과 함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적극적으로 가계대출과 부동산시장 관리에 나선 정부정책이 실효성을 보인다면 대출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3월 가계대출 관리대상에 은행 외 금융권도 포함시켰으며 6월에는 보다 강화된 부동산 대책을 실시했다. 8월에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 발표가 예정돼있다.

품목별로 엇갈린 수출동향도 주의 깊은 관찰의 대상이 됐다. 반도체 수출은 2016년 하반기부터 크게 증가했지만 주요시장의 점유율이 하락한 자동차와 세계적으로 발주물량이 저조했던 선박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행은 “품목별 차별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수출 증가세에 비해 내수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한 것을 두고 “수출·내수 간 연계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출대기업의 주력 품목인 장치산업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과 기업의 해외 현지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그 원인으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 강화대책을 촉구하며 “수출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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