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2일 ‘신보수주의’를 중심 이념으로 한 당의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정리나 당내 친박계 인적 쇄신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 대신 “1948년 건국”이라는 뉴라이트식 역사관과 “촛불집회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강조돼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 혁신위는 이날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큰 맥락에서 당의 혁신 방향을 ‘신보수주의’로 잡고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으로 세분화한 내용이 담긴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을 낭독한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은 이상과 같은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 이념에 기초한 혁신을 통해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안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환골탈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박 전 대통령 당적 문제와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선언문에는 주요 철학과 가치를 담는 데 중점을 뒀지 탄핵을 굳이 선언문에 담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인적 쇄신 문제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탄핵 자체가 보수정당 위기의 주요 원인 아니겠나. 탄핵 정당성이나 헌재 결과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혁신과 별개의 문제”라고도 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눈에 띄었다. 혁신위는 ‘대의제 민주주의’ 항목에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촛불집회가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위험성이라기보다는 대의 민주주의와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헌법적 자유민주 질서에 충실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다만 태극기집회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이 대변인은 ‘당내 인사들이 태극기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런 것은 아니다”며 “태극기집회·촛불집회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헌법적 가치를 보면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주의다. 그 원칙을 조금 더 강조하자는 취지”라고 앞선 설명과 다소 상반되는 답변을 내놨다.

‘1948년 건국’을 강조하면서도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는 모순적 역사관도 담겼다. 혁신안에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는 문구가 삽입됐지만, 이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3·1운동 이후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부 정통성을 다시 강조하고자 1948년 건국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서민중심경제’라는 문구를 두고 갈등을 겪다 혁신위원 1명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유민주연구원 소속인 유동열 위원은 이날 “서민중심경제를 지향한다는 것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에 혁신위는 반박 입장문을 내고 “서민중심경제는 헌법적 가치인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듬는 의미로 사용됐다”면서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해서 혁신위 활동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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