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의 국가정보원 적폐청산에 반발하고, '공관병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군 인사를 옹호하는 등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한국당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혁신안을 발표하는 류석춘 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혁신 노선을 ‘신보수주의’로 가닥을 잡고 적폐청산을 이유로 한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해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주권’을 실행한 것으로 평가하는 촛불집회에 대해 비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집회의 ‘적폐 청산’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한국당 혁신위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정치제도가 ‘대의제 민주주의’임을 적시해 당 강령에 자유민주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로 했다. 혁신위 혁신선언문에서 정의한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당의 극우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혁신위의 조직·제도 정비 과정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장제원 의원은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며 “혁신위원장 개인 이념이나 역사 인식이 당의 상징이나 당헌·당규나 정강 정책에 담겨서는 결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도 “류석춘 위원장의 우클릭 개혁은 상당히 우려된다. 앞으로 개혁을 지켜보면서 제동을 걸만한 사항이 있으면 그 때마다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 적폐청산에 “정치보복”, 공관병 갑질 장군 옹호

한국당은 7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 활동에 대해 ‘국정원 개악저지 TF’를 신설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의 적폐청산 TF활동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사건 캐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폄하하며 “국정원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권에서는 (국정원) 개혁이라고 하지만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면서 대공 수사를 안 하는데 이것이 개악”이라며 “(적폐청산 TF가) 국정원의 손발을 다 묶어버렸다. 특히 그게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도 최근 갑질 논란으로 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 몰매’를 맞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에 군 개혁을 명분으로 좌파 단체가 중심이 된 고발사건이 난무하면서 군 장성들을 여론몰이로 내쫓고 있다”고 말했다. 군 장성들의 잘못이 아닌 좌파의 여론몰이로 억울하게 내쫓기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사실상 최근 논란이 된 ‘공관병 갑질 사건’에 연루된 박찬주 육군 대장을 옹호한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공개발언한 말을 그대로 기자들이 판단하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도 7일 JTBC 뉴스현장 패널로 출연해 홍 대표의 발언을 옹호해 논란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섭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시대가 바뀌었으니 몰랐던 사람은 처벌해야 하지만 그 사람들만 모욕 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조직적인 냄새가 있다”면서 “이렇게 전 정권의 사람을 쳐내는데 과거를 단죄한다는 명목으로 모욕을 주자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홍 대표가 좌파세력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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