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MRO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하고, ‘재벌 저격수’라 불리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프랜차이즈’다.

모두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안이다.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규제에서 벗어나있던 중견기업들의 실태가 특히 심각했다. 프랜차이즈 문제는 일반 국민과 상당히 밀접한 분야여서 파급이 컸다.

그렇다면 다음 화두는 어떤 것이 될까. 아마도 이 문제, ‘MRO’를 빼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대기업이 경제생태계 위협한 대표적 사례 ‘MRO’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여러 현안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며 MRO를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MRO는 ‘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의 약자로, 직접적인 원자재가 아닌 각종 소모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볼펜이나 복사지,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갑이나 마스크 등을 대신 구매해 공급해주고 관리해주는 사업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몇 만 명, 몇 십만 명이 일하는 큰 그룹에서 사용하는 사무용품이 얼마나 많겠나. 옛날에는 주변문방구에서 직접 샀다. 근데 그걸 조달하는 계열사를 하나 세운 거다. 주변에 문방구들이 다 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방구까진 아니지만, 실제 MRO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 중소·중견업체가 형성하고 있던 시장에 대기업 계열 MRO 회사가 속속 등장하면서부터다.

대기업 MRO 계열사는 기본적으로 든든한 고객이 있었고, 자본이나 규모도 압도적으로 컸다. 때문에 중소 MRO 업체들은 시장을 빼앗길 뿐 아니라, 영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

또한 대기업 MRO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적 성격이 강했다. 물론 해당 계열사 지분을 오너일가가 직접 소유하지 않아 규제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당 대기업은 MRO 계열사를 통해 수익 증대, 비용 절약, 매출 규모 확대, 신사업 진출 기반 마련 등의 쏠쏠한 효과를 거뒀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너일가의 이익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반면, 사회적으로는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요소였다.

◇ 상생협약, 이번엔 매듭지을까…

중소 MRO 업체들의 호소가 계속되고,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양측을 중재해 한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내부거래 비중을 기준으로, 대기업 MRO의 영업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해당 그룹 계열사와 매출규모 3,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만 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30% 이하인 곳은 역시 그룹 계열사와 매출규모 1,500억원 이상인 기업하고만 거래가 가능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종의 ‘울타리’를 친 셈이다.

문제는 ‘한시적’ 가이드라인의 기간이 끝나면서 재차 불거졌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 가이드라인을 ‘상생협약’으로 이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대기업 MRO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기업 MRO로 분류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 서브원(LG그룹), 엔투비(포스코), KT커머스(KT), 행복나래(SK그룹), 그리고 아이마켓코리아(이하 IMK)와 코리아e플랫폼(이하 KEP)가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과거 삼성그룹 계열에서 현재는 인터파크가 인수했고, 코리아e플랫폼은 코오롱그룹 계열로 출발해 현재는 광동제약이 인수한 상태다.

이들 중 상생협약에 끝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곳은 IMK와 KEP였다. 대기업 계열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제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기류가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서브원은 이미 지난해 상생협약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IMK와 KEP인데, 최근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다음주 정도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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