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산차’라 불리는 QM3(왼쪽)와 임팔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을 분류하는 가장 큰 기준 중 하나는 국산차와 수입차다. 그런데 이 사이에 묘하게 걸쳐 있는 차량도 있다. 이른바 ‘무늬만 국산차’라 불리는 것들이다.

‘무늬만 국산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체질 변화로 탄생하게 됐다. 경영악화로 생존위기에 놓였던 국내업체를 해외의 거대 기업이 인수한 것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그 주인공인데,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차량에도 이러한 배경이 녹아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의 라인업은 모두 자체 개발한 차량이고,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물량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라인업은 각양각색이다. 자체개발해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차량도 있고, 공동개발하거나, 본사에서 개발한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해외에서 개발 및 생산된 차량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를 ‘무늬만 국산차’라 부른다.

‘무늬만 국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여기엔 국내 자동차업계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상당부분 작용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차량이 더 좋고,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완성도가 더 높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사대주의적 관점일 수 있지만, 국내 자동차업계가 불신을 키운 측면도 간과할 순 없다.

국가 경제 차원에선 썩 긍정적인 일이 아니다. 자칫 국내 공장의 생산은 둔화되고, ‘판매 기지’로 활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무늬만 국산차’가 출시될 때면 생산현장 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QM3 웃고, 임팔라 울고

그렇다면 ‘무늬만 국산차’의 요즘 인기는 어떨까. 표정이 다소 엇갈린다.

‘무늬만 국산차’의 원조 격인 QM3는 꾸준한 판매실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7월엔 1,379대, 6월엔 1,621대가 판매됐다. 르노삼성 라인업 중 SM6와 QM6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7월까지 누적판매는 7,573대를 기록 중이다.

중간중간 부진한 적도 있지만, QM3는 SM6와 QM6가 출시되기 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 출시 당시 큰 관심을 끌었고, 2014년 1만8,191대, 2015년 2만4,560대로 좋은 실적을 남겼다. 지난해에도 1만5,301대로 준수한 판매세를 이어왔다.

전망도 밝다. 최근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돼 재도약이 기대된다. 국내 소형SUV 시장의 경쟁이 무척 치열해졌지만, 시장 자체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QM3는 다른 소형SUV와 가장 큰 차이점인 ‘무늬만 국산차’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의 ‘무늬만 국산차’인 임팔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출시 초만 해도 엄청난 관심과 기대를 받았지만, 이제는 초라한 성적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임팔라는 지난 7월 판매실적이 269대에 그치며 사실상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올 들어 월 평균 판매실적이 30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7월까지 누적판매는 2,512대다.

임팔라의 실패는 ‘무늬만 국산차’가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임팔라는 초기 원활하지 못한 물량수급으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고, 이후엔 국내생산 여부 문제를 놓고 노조와 극렬한 갈등을 벌였다. 그 사이 임팔라의 국내 시장 입지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무늬만 국산차는 분명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기민한 대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물량 조절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