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KBO 총재를 맡고 있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프로야구(KBO)는 명실 공히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다. 매년 증가세인 관중은 지난해 연간 833만 명을 돌파했고, 저녁시간이면 대부분의 음식점과 술집들이 야구 중계방송을 틀어둔다. 더불어 선수들의 몸값이 큰 폭으로 뛰었고, KBO 정상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줄을 이었다. 인기와 위상 모두 크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KBO는 최근 연이은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수들의 승부조작 및 도박 문제가 몇 년간 지속되더니, 이제는 심판과 구단의 불미스런 유착관계는 물론 KBO 조직의 각종 비리까지 드러났다. 사회 전반에 적폐 청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KBO 역시 심각한 적폐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 구본능 회장, KBO 총재 잔혹사 못 끊나

특정 베테랑 심판과 구단 사이에 금전이 오고간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충격을 안겼다. 리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KBO는 진상조사 및 사후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축소·은폐 의혹으로 파문을 더 크게 만들었다. 또한 KBO는 입찰비리 의혹에도 휩싸인 상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KBO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KBO의 총재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그 역시 현재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엠스플뉴스’에 따르면, 구본능 회장은 지난 5월말~6월초 진행된 KBO의 미국 시찰 도중 미국에 있는 딸 졸업식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구단 사장들까지 참석한 공식행사 중 사적인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것도 전체 일정 일주일 중 3일이나 할애했다. 심지어 애초에 딸 졸업식 일정을 고려해 미국 시찰 일정을 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KBO는 원칙을 무시하는 심판진의 모습과 각종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사무국 등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길 뿐 아니라, 법적 문제까지 낳고 있다.

KBO의 이 같은 일련의 모습은 ‘적폐’라는 지적이 나오게 한다. KBO의 인기와 위상은 높아졌을지언정, 실상은 ‘그들만의 리그’가 지속되며 적폐가 쌓일대로 쌓였다는 지적이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군사정권의 ‘3S’ 정책에 의해 태동됐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아는 사실이다. KBO 역시 마찬가지였다. KBO 1대 총재는 국방부 장관 출신이었고, 이후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995~1996년 KBO 총재를 맡은 바 있다.

KBO 총재 자리가 정치인으로부터 처음 벗어난 것은 1998년 말에 이르러서다. 두산그룹 일가였던 고(故)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이 그 주인공으로, 2005년까지 7년간 재임했다. 하지만 이후 KBO 총재 자리는 다시 정치권발 낙하산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구본능 회장은 2011년 재차 경제인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KBO 총재를 맡았다. 과거 정치인 출신에 비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KBO의 적폐가 연이어 민낯을 드러내고, 자신도 불미스런 논란에 휩싸이며 청산해야할 적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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