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추징금 문제로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측근들은 그의 어려운 형편을 대신 전하며 복잡한 속내를 보이기도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돌아왔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돼 2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당분간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그는 출소 전부터 정치와 선을 긋고 “책 쓰는 일과 가끔 산천”을 다닐 구상을 해왔다. “마음의 징역 때”를 벗기기 위한 차원이었다. 각오도 남달랐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23일 경기도 의정부교도소를 나서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무거웠다. 자유의 몸이라고 하기엔 아직 숙제가 남았다. 바로 추징금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대법원 판결 당시 징역 2년과 함께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 받았다.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 비용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약 9억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물론 그는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며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측근, 추징금 문제 해소 위해 파산신청 생각도

때문에 당초 한명숙 전 총리 측은 추징금 납부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돈을 받지 않았다”고 결백을 고집해온 만큼 추징금 납부는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추징금을 납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 2015년 3월 국회의원 재임 당시 알려진 그의 재산은 마이너스였다. 본인 명의 재산(1억8,835만2,000원)보다 개인 채무(3억9,862만원)가 더 많았다.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추징금 납부에 대한 독촉서와 강제집행 예고장을 발송했고, 재산사항을 파악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권 등을 압류 조치했다.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산하에 ‘한명숙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구성했다. 추징금 환수를 위한 집행팀이 꾸려진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에서 환수한 추징금은 한명숙 전 총리의 영치금 약 2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전 총리가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하자 지지자 100여명과 참여정부 인사들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모였다. <뉴시스>

아파트 전세금 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 명의의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까지 추징 대상으로 분류된데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며 제3자 이의소송을 냈으나, 지난 4월 대법원으로부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후 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선고기일을 남겨두고 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 취소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측근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명숙 전 총리의 출소 전 한 측근은 기자에게 “판결을 뒤집기 전까지는 추징금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파산신청까지 생각해봤다”고 털어놨다. 재심 청구도 방안 중 하나다. 실제 여권에선 한명숙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보복 과정에서 희생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억울한 옥살이’를 강조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 한명숙 전 총리의 재심 청구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의 추징금 환수 시효를 연장할 계획이다. 추징금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능성은 미지수다. 추징금은 노역으로 대신할 수 없고, 3년 시효가 지나면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는 추징금 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할 수 있는 이른바 ‘전두환 특별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추징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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