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고어'사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억원을 부과받았다. <고어텍스 홈페이지>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 서울에서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주말을 이용해 집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등산용품 코너에 들를 때마다 제품을 꼼꼼하게 살펴봤지만 한 번도 고어텍스 제품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것. 이 같은 의문을 가졌던 A씨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궁금증이 해소됐다. ‘고어’사가 국내 대형마트에는 자사 소재를 이용한 제품이 공급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따로 마련하고 있었다.

고어텍스(GORE-TEX)란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을 가진 원단이다. 주로 아웃도어와 같은 기능성 의류나 신발에 적용된다. 미국의 고어(W.L.Gore) 박사가 발명해 고어텍스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1970년대 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한 고어(GORE)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7,3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고어(GORE)사란 미국에 소재한 본사 W. L. Gore & Associates, Inc.와 홍콩에 위치한 아태지역 본주 W. L. Gore & Associates. 그리고 주식회사 고어코리아 등 3개사를 통칭한 명칭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어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소재 제품을 판매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선 고어텍스 원단을 사용하는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에게 이 같은 회사 정책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고어사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의류업체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갖는 1위 사업자인 고어의 요구를 아웃도어 업체들이 거스르기란 쉽지 않았다.

공정위는 고어사가 아웃도어 업체들이 해당 정책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해당 업체에게 큰 불이익을 주었다고 밝혔다.

고어 직원들은 불시에 대형마트 내 아웃도어 매장을 방문하고 고어텍스 제품이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을 파는 업체에게는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 하도록 하고, 원단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불이익을 줬다.

실제 공정위가 밝힌 A사의 사례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2년 3월 모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는 신문 광고가 재개되자마자 고아사로부터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 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처럼 고어가 대형마트에서의 고어텍스 제품 판매를 철저히 차단한 이유는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대형마트에서 싸게 팔리기 시작하면 백화점이나 전문점 등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점차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우려했다.

고어 측은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고어텍스 원단의 품질 향상이나 소비자 정보 제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고어 측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이러한 서비스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고어에 향후 법 위반 행위를 금지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억 7,300만 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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