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가 19번째 ‘천만영화’로 등극한 가운데,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천만영화’가 없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달 초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역대 19번째로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기세로 역대 흥행순위를 한 계단씩 정복해나가고 있는 ‘택시운전사’다.

천만관객 돌파는 영화의 성공을 상징하는 ‘훈장’이다. 물론 절대적 기준이라 할 순 없다. 천만영화가 아닐지라도 작품성이 뛰어나고,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겨 수익을 창출한 영화가 많다. 다만 상업영화의 기본 목적은 관객 동원에 있고, 천만관객이 성공을 입증한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영화계에서는 천만영화가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란 말이 있다. 영화의 전 과정에서 각각의 역할과 호흡, 그리고 운이 적절히 작용해야 천만영화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감독의 작품이거나, 캐스팅이 화려하다해도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게 영화다. 다른 영화와의 경쟁 등 개봉시기와 사회적 현상 등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주의 기운’이 천만영화를 만들어준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 독립 법인으로 분할… 천만영화 향하는 첫 걸음 될까

하지만 어느덧 19편의 영화가 천만영화 대열을 이룬 이 시점에도, 국내 영화 투자·제작·배급 업계의 ‘빅4’ 중 하나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직까지 단 하나의 천만영화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초 천만영화는 ‘실미도’였다. 2003년 12월에 개봉한 작품이다. 그로부터 ‘택시운전사’까지 무려 14년의 세월이 흘렀고, 총 15편의 한국영화와 4편의 외국영화가 천만고지를 밟았다.

가장 많은 천만영화를 배출한 것은 CJ E&M와 쇼박스다. CJ E&M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부터 3위(‘명량’, ‘국제시장’, ‘베테랑’)는 물론,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총 5편의 천만영화를 선보였다. 쇼박스는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암살’에 이어 이번에 ‘택시운전사’가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하며 CJ E&M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08년 설립돼 가장 역사가 짧은 NEW 역시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부산행’ 등이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화의 경우는 디즈니가 ‘겨울왕국’과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2편, FOX와 WB가 각각 ‘아바타’와 ‘인터스텔라’ 1편으로 천만관객을 만났다.

반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최고흥행작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으로, 866만을 기록했다. 역대 전체 흥행순위로 따지면 23위다. 나머지 3개 업체가 역대 흥행순위 10위권에 적어도 2편 이상 씩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대기업 울타리에 갇힌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한계로 보고 있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과 도전이 필요한데, 이것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롯데시네마의 영화 투자·제작·배급 사업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다시 롯데쇼핑의 영화사업부문 자회사다. 반면 CJ E&M은 영화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별도 계열사다. 코스닥에 상장도 돼있다. 쇼박스와 NEW는 영화사업에만 집중하는 전문회사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천만영화를 배출하지 못한 가장 큰 차이가 여기 있는 것이다.

다만, 롯데시네마는 조만간 독립을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6월 정기이사회를 통해 가칭 ‘롯데시네마 주식회사’를 독립 법인으로 분할시키기로 했다. 분할 시점은 오는 9월 1일이다.

이제는 독립 법인으로 첫 걸음을 시작하게 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어느 시점에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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