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형의 경중을 떠나,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이를 위한 ‘뇌물’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시민사회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단죄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대기업 편법승계 차단과 순환출자 해소를 막을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 공정위, 금산분리 강화방안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

먼저 나선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지난 25일 공정위는 정부 ‘핵심 정책토의’를 통해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한도를  5%로 제한하는 안이다. 현행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11조 3호에 따르면, 계열회사의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특수관계인 등을 합쳐 총 15%의 예외적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이와 별개로 개별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5% 이내로 묶겠다는 얘기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가장 곤혹스러울 기업은 삼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주주총회에서 ‘예외적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총 132회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 삼성화제,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예외적 의결권’을 이용해 경영권 유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기업이 삼성이었던 셈이다. 고객의 자금을 이용해 삼성일가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국회에서는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제윤경 의원은 “예외적 의결권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해 악용하는 등 제도의 기본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의 개정안은 금융·보험사 의결권 한도를 3%로 제한하고 있는데, 공정위 안은 이보다는 완화된 내용이다. 다른 법과의 형평성 고려 및 법안 통과를 보다 쉽게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공정거래법·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이 재벌개혁 ‘핵심’

다른 하나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총 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문제는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보험사만 유독 자산의 산정기준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보험업 감독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7.21%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예를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시가로 따지면 대략 25조원 수준이다. 이를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5,690억 원으로 뚝 떨어진다. 삼성생명이 ‘총자산의 3% 이내 보유’로 제한돼 있는 보험업법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같은 보험업 감독규정의 혜택을 받는 보험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 뿐이다.

이에 ‘시행령’으로 있는 해당 규정을 법제화하려는 입법노력도 있었다. 다만 이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올 경우, 주식시장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법 개정안까지 발의되는 등 다각도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 의견서’를 낸 바 있다. 경실련은 의견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정부들과 달리 재벌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부의 권한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선별해 시행해야 한다”며 “취득 원가를 시장가격으로 수정해 금산분리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산업자본의 리스크가 금융자본으로 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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