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는 지난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파업은 170일간 이어졌지만, 핵심 요구조건은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뉴시스>

[시사위크=나은찬 기자] MBC와 KBS가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양사 노조는 현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렸다고 규정하고 퇴진을 요구하며 5년만에 동시 총파업을 선포했다. 이미 MBC와 KBS 방송인력 상당수가 제작 거부에 들어가 뉴스와 라디오방송이 파행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총파업이 시작되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MBC·KBS 5년 만에 동시 총파업... 방송 파행 불가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지난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18개 지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확대(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지난 8월 29일 투표종료 후 합산결과, 투표대비 찬성률은 93.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파업 투표 찬성률을 노동조합 역사상 최고치로 기록됐다.

노조 측은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정권의 언론 탄압에 부합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MBC는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로 새국면을 맞았다. 1일 서울서부지검은 고용노동부가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부당노동행위가 있다며 고발한 건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총파업 투표 결과 93%에 달하는 절대다수 구성원이 한목소리로 사장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송출 등 방송 필수 인력을 전혀 남기지 않고 진행될 예정이서 방송 파행이 불가피하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자 포상 수여식'장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의 사퇴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KBS도 본격 파업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4일 0시부터 기본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KBS는 현재 모두 530명의 취재기자와 촬영기자·PD 등이 제작거부에 들어간 상태다. 4일부터 아나운서 직종이 지명 파업을 시작하며, 7일부터는 전 조합원이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KBS 새노조와 1노조는 지난 2월 투표를 해 하루 동안 총파업을 했다가 잠정 중단한 상황이어서 별도 투표 없이 곧바로 파업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MBC노조와 KBS노조는 4일 오후 2시와 3시 각각 총파업 출정식을 연다. 언론노조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동안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언론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4일부터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며 “1차적 목표는 KBS, MBC의 정상화이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 개혁”이라고 밝혔다.

파업이 본격화하면 일부 프로그램 방송에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4일 밤 9시부터 ‘KBS뉴스9’ 방송 시간이 지금의 1시간에서 40분으로 20분 축소되고, 9일부터는 주말 ‘KBS뉴스9’ 방송 시간도 4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자 포상 수여식'장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의 사퇴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예능프로그램이 몰려있는 평일 11시대는 대부분 결방이 확정됐다. 4일 오후 11시 방송 예정이던 예능프로그램 ‘오빠 생각’은 파일럿 프로그램인 ‘이불 밖은 위험해’로 대체된다. ‘PD수첩’을 비롯해 ‘100분 토론’, ‘시사매거진 2580’ 등 주요 시사프로그램도 결방이 예상된다.

한편 MBC와 KBS가 동시 파업에 들어가는 건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2012년 1월 MBC 기자들이 시작한 파업은 170일 동안 이어졌다. 3월부터는 KBS 새노조·YTN·연합뉴스 노조도 동참했다. 그러나 김인규 KBS 전 사장(당시 사장)과 김재철 MBC 전 사장(당시 사장) 퇴진 등 핵심 요구조건은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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