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TMC) 매각에 애플이 참전하면서 판세가 또 다시 변동했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를 한 차례 번복한 도시바가 재검토에 나선 것. 현재로선 애플을 품은 한미일 연합의 인수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반독점심사기간을 고려하면 TMC 매각 자체가 백지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번복에 협상지연… 복마전 된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에서 최초로 승기를 잡은 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이다.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와 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케피탈 등이 포함된 이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우선인수협상권을 따냈다. 당시 업계에선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TMC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도시바는 이들의 우선인수협상권을 돌연 취소했다. SK하이닉스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추후 지분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도시바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WD가 매각을 반대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영향도 컸다.

이후 도시바는 WD와 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KKR 등이 참여한 미일 연합과 매각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과의 협상도 지분문제로 지지부진했고, 최근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합류하면서 TMC 인수전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도시바가 한일, 신한미일, 그리고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홍하이 등 3개의 연합을 대상으로 매각을 검토키로 한 것이다.

◇ ‘인수후보 선정’, 더 지연 시 매각 백지화 가능성도

업계에선 애플과 SK하이닉스가 있는 신 한미일 연합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기업들이 합류한 만큼, 기술 및 지분 독점 우려가 덜하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반독점법 심사도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또 애플이 도시바의 최대 고객사라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다만 TMC의 매각이 너무 늦어졌다는 점에서 이미 백지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시바의 TMC 매각목적은 재정난 해소를 통해 상장폐지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바는 올해 5월 중 매각 후보를 정하고,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시켜 연내 매각을 완료 시킨다는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이미 3개월이나 늦어졌다. 특히 반독점 심사는 중국 당국에서도 진행되는데, 한미일 연합이 인수후보로 선정될 경우 중국의 보복성 심사도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TMC를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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