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최악의 위기를 넘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두 회사의 거래가 다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5일, 반가운 수주 소식을 전했다. 현대상선과 30만톤급 초대형유조선(VLCC) 5척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양측은 앞서 건조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어 본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수주 규모는 4억2,000만달러, 우리 돈 약 4,750억원이다. 5척을 추가로 발주하는 옵션이 포함돼있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로 조기 경영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산업은행의 큰 그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엔 다소 불편함이 묻어난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의 묘한 연결고리 때문이다. 두 회사는 모두 최근 큰 어려움을 겪었고, 정부 지원 덕에 최악의 위기를 넘겼다. 때문에 모두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다.

산업은행이 두 회사 경영에 세세하게 개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굵직한 의사결정엔 아무래도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시선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은행 손아귀에 있는 두 회사 간의 거래를 두고, 다른 측면의 ‘내부거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발주에 필요한 자금은 ‘선박신조 지원 프로그램(선박펀드)’을 통해 마련됐다. 민간과 국책 금용기관이 각각 40%, 60%의 자금을 대 선박대금을 먼저 치르고, 현대상선이 향후 용선료로 이를 갚아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선박펀드 조성을 통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현대상선은 외상으로 대형 유조선을 얻게 됐고, 대우조선해양은 선박펀드로부터 대금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방식의 혈세 투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현 시점에 현대상선의 대형 유조선 발주가 적정한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한진해운 몰락으로 공백이 생긴 컨테이너선 확보가 더 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유창근 사장이 꾸준히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한 만큼, 조만간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형평성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 너나할 것 없이 상황이 좋지 않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지경이다. 그런데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이 수주계약을 둘러싼 의혹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가동이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의 이번 계약에 의혹을 제기하며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긴 어려워 보인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창근 회장은 이날 계약식에서 “VLCC는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지금이 기회”라며 신규 발주 배경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대형 유조선 발주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며 “다만 이번 계약에 일부 다른 목적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해운업과 조선업에 동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형평성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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