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정도경영, 창업주정신 되새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고객중심 원칙 지켜야 '원대한 기업'으로 설 수 있어"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소비자를 속이지 말고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라.”

아모레퍼시픽이 창립 72주년을 맞았다. 장수기업으로의 성장 근간엔 창업주 고(故) 서성환(1923~2003) 회장의 이 같은 고객경영이 있다. “현재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와 좋은 평가이며, 그 첫걸음이 바로 ‘품질’”이라는 창업주의 신념이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성장토양이 됐다. 그리고 72주년을 맞은 현재, 그의 아들인 서경배 회장이 다시 한 번 ‘고객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서경배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위기극복의 열쇠이자, 새로운 도약의 해답이라는 판단이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고객중심 경영’ 선언

아모레퍼시픽이 창립 72주년을 맞았다.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창립해 올해로 일흔두번째 생일을 맞았다. 국내 기업연령 평균이 20년 안팎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과소평가할 수 없는 업력이다.

아모레퍼시피그룹 72년사의 절반은 1세대인 서성환 창업주의, 절반은 2세대인 서경배 회장의 공이다. 서경배 회장은 서성환 창업주와 변금주 씨와 사이에서 2남4녀 가운데 둘째다. 서 회장이 회사경영에 참여한 것은 1987년부터다.

서경배 회장이 방향키를 잡으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수위를 다툴 정도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올해 경영방침을 ‘처음처럼’으로 잡았다. 초심을 돌아가 경영 기본기를 강조한 경영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초심경영의 대원칙은 ‘고객중심’이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아모레퍼시픽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창립 72주년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고객중심의 대원칙을 지켜나간다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원대한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날 서 회장은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고 고객을 기쁘게 하는 경험을 선사하며 디지털로 소통하는 것 모두 고객중심을 위한 길”라고도 했다.

서경배 회장은 이를 위해 △고객의 요구를 깊게 탐색하고 △테스트 앤드 런(Test & Learn) 자세를 통해 △고객중심의 대원칙을 실천하자고 다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5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아모레퍼시픽 인재개발원에서 창립 7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원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서의 비전 달성을 위해 혁신상품과 고객경험, 디지털을 통한 '고객중심 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

그가 ‘초심’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조2,0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7.8% 급감한 1,016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사업의 경우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아모레퍼시픽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었지만 사드 사태 등 외부요인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 속에 서 회장이 찾은 답은 ‘고객’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가까이에서 탐색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혁신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면세점 구매수량을 제한한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롯데·신라 등 국내 면세점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구매 제한 수량을 기존보다 최대 75%까지 축소했다. 보따리상(따이공)들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자사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커진데 따른 처방책이다. 구매 수량 제한 기준을 강화해 자사 브랜드를 보호하고 내국인 소비자들이 원활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구상으로, 단기적으로 실적개선에 힘쓰기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서 회장은 이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외시장 확대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며 “면세점은 외교 문제와 직결되는데다 당초 우리의 비전에서 면세점 의존도가 높지 않았던 만큼 면세점 매출의 급락에 너무 신경쓰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아모레포시픽은 올 하반기 ‘용산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본격적인 ‘처음처럼’ 도전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조감도.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고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어낼 ‘20 바이(by) 20’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올해 초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까지 20만 여성의 건강과 웰빙, 경제적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UN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를 위한 글로벌 무브먼트(EWEC) 동참 기업으로 선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여성의 건강과 웰빙 지원을 위해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핑크리본 캠페인을 펼치고, 여성의 경제 역량 강화를 위한 희망가게 등 매년 최소 70억원을 들여 5만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모레포시픽은 올 하반기 ‘용산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본격적인 ‘처음처럼’ 도전에 나선다. 이날 서 회장은 “새 본사로의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의 의미가 아니다”며 “보다 개방적인 환경에서 ‘열린 소통’을 가능케 하는 문화를 만들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복지 공간과 편의시설을 갖춰 최근 화두로 떠오른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 일과 여가의 조화)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창업정신을 기려 ‘초심’을 강조하고 나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그의 ‘고객중심 경영’이 다시 한 번 ‘고객감동’으로 이어져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에 도약점을 맞을 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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