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포괄적 성장’을 아시아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7일 IMF·피터슨 연구소와 함께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라가르드 IMF 총재와 각국의 학자·관료·금융인들이 참석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현황과 잠재된 위험요인에 대해 토의했다.

◇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 노동시장의 문 더 열어야

라가르드 총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모두 개회식 환영사에서 아시아 지역의 고령화 문제를 비중 있게 언급했다. 다가오는 ‘노인 사회’의 경제적 영향력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뜻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 2016년 “아시아가 세계의 고령화를 이끌 것이다”고 밝혔으며, 한국은행은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일련의 연구들에서 노동구조의 변화와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금융기구의 수장들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취약계층의 고용시장 진출을 돕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었다. 보육지원정책 및 임시직과 2차 소득자에 대한 조세제도 개선이 제안됐다. 리가르드 총재는 여성고용을 다룬 2012년 보고서를 인용해 “노동시장에서의 성별격차를 줄여 GDP를 1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구직자에 대한 보조금과 실업급여 확대를 명시한 한국의 2018년 예산안도 긍정적으로 언급됐다.

참석자들도 해당 문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컨퍼런스의 공동주최자인 아담 포센 피터슨 연구소장은 아시아 내부의 인구고령화가 보호무역주의나 선진국의 경기둔화와 같은 대외여건보다도 훨씬 뚜렷한 위험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역내 투자 증진과 사회시스템의 선진화가 포센 소장이 제시한 대책이었다. 반면 노스웨스턴 대학의 조엘 모커 교수는 의료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와 노령인구의 소비 증가를 근거로 고령사회에서도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갈 길 바쁜 아시아 앞에 놓인 저성장의 늪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팽배한 저성장기조는 아시아에 장기경기침체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의 생산성 증가세가 유지됐을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GDP는 현재보다 9% 가량 높았을 것이다”고 추정한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을 생산성 증가속도가 급속히 둔화된 국가 중 하나로 뽑았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은 이 부문에서 한국경제의 거울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자료를 이용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의 공동연구는 향후 25년여 간 한국의 자연이자율이 1.6%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낮은 이자율은 물가상승률과 임금수준을 제약해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1980년대 말부터 나타난 일본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격차의 확대도 한국이 지금 겪고 있는 사회문제들이다.

다수의 참석자들이 노동시장과 사회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특히 비정규직의 노동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사내 교육·훈련 등의 보완제도가 요구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교육과 국제무역을 강조했으며 아나 코르바초 IMF 수석은 공공인프라 지출 확대와 조세제도 개편을 골자로 하는 재정개혁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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