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이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그간의 소회를 서면으로 대신하며 “그동안의 혼선과 미숙을 아픈 교훈으로 삼아 국민의 불안과 혼란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과했다. 사드 추가 배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데 대해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의 고도화와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해야 하는 정부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대신 두 가지를 약속했다.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와 김천 주민들과 성심으로 대화”할 것과 “지역의 상처 치유와 더 큰 발전 지원”이다.

이낙연 총리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사드 반입의 배경과 과정, 후속 조치 등에 대해서는 국방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가 국민 여러분에게 소상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후엔 그의 지시에 따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브리핑을 열었다. 반대로 이낙연 총리는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연기했다. 총리 취임 100일째가 되는 날이었으나, 사드 추가 배치로 긴장 국면이 조성된 만큼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 ‘이니’ 못지않은 ‘여니’ 인기… “겸손한 내각 만들 것”

이 과정에서 뒷말도 나왔다. 간담회 당일 연기 소식을 전달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던 게 출입기자들의 불만을 샀다. 문제는 이후다. 사드 최종 배치 시점을 전날 저녁에서야 보고 받았다는 해명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총리실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낙연 총리의 향후 국정운영 중점 방향의 하나로 ‘성주 사드 배치 관련 갈등해소 노력’을 꼽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발표 하루도 못돼 모양이 우스워진 셈이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에 대한 여론의 기대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총리제 구현을 약속한 데다 본인 스스로 “역사상 가장 막걸리를 많이 소모하는 총리 공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과 막걸리 회동을 이어왔다. 그만큼 바빴다. 매주 월요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하며 국정 전반을 논의했고, 목요일엔 각 부처 장관들과 함께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가뭄 피해 현장을 찾고, AI사태에서 컨트롤타워를 자임했던 그다.

이낙연 총리는 당초 기자간담회를 준비했으나 사드 추가 배치에 따른 긴장 국면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살충제 계란 파동, 여성용품 안전성 논란에 이어 사드 갈등 해소까지 과제가 많다. <뉴시스>

무엇보다 이낙연 총리의 소통 능력은 역대 총리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다. 일례가 SNS다. 그는 지난달 번개모임을 제안해 시민들과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호프 타임을 가졌다. 실제 그는 SNS를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를 창구로 각종 민원과 의견을 듣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경호와 의전은 대폭 간소화했다. 시민들과 악수를 하거나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여니’라는 애칭으로 이낙연 총리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냈다. 

취임 100일에 대한 축하 인사도 SNS에 쏟아졌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는 거듭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계란 살충제 파동, 여성용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 수능개편 등 교육현안에서 혼선과 미숙을 드러내며 국민들께 불안을 안겼다는 것. 따라서 이낙연 총리는 식품 등 생활의 안전과 안심을 최우선으로 챙기며 “그동안의 혼선과 미숙을 아픈 교훈으로 삼아 국민의 불안과 혼란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어느 경우에나 겸손한 내각이 되도록 저를 포함한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경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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