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권에서 경기고와 고려대 출신이 약진을 보이고 있다. 전 정권에서 다른 학맥에 밀려 주춤세를 보이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주요 요직을 꿰차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 장하성, 경기고 출신 인맥 급부상 

경기고는 서울 전통의 명문 학교다. 서울고와 함께 사회 유력 인사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금융권에서 경기고는 다시 한 번 ‘황금인맥’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과 산업은행 회장이 모두 ‘경기고 출신’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11일 공식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은 1971년(67회) 경기고를 졸업했다. 같은 날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68회)은 그의 1년 후배다. 이들의 등용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고 69회 졸업생인 장 실장은 이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은 금융위원장 인선에도 관여했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장으로는 그와 같은 고려대 동문인 최종구 위원장이 선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으로 주면서 “우리 (장하성) 정책실장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했다. 함께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출신 학교가 이들의 인선 배경에 결정적인 이유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저마다의 실무 능력에 대한 검증을 거쳐 새 정부의 금융 철학을 이어갈 인사가 발탁됐을 터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이들과 학연으로 접점을 맺고 있는 경기고-고려대 출신 금융권 인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경기고 출신 금융권 인사로는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68회)과 김한 JB금융지주 회장(68회),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72회), 하영구 은행연합회장(68회) 등이 있다.

고려대 출신 금융권 인사는 과거 MB 정권 시절 급부상을 했다가 전 정권에서 세가 다소 약화됐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약진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세가 위축됐던 것이다. 다만 새 정부 들어서 조금씩 다시 세를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고려대 출신 김승유 인맥도 부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특히 고려대 출신 대표 금융인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인맥이 최근 부상하고 있다. MB 정권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통했던 그는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금융권에 재등장했다.

그가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있던 시절 등용했던 인사들은 최근 주요 금융권 수장직을 맡았다. 대표적인 인사가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이다. 최 원장은 지난 2010년 김 전 회장의 영입으로 하나금융연구원장과 지주사 사장을 역임해 이른바 금융권의 ‘김승유 사단’으로 통한다.

여기에 최근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발탁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김 전 회장의 대표 측근 인사다. 김 전 회장은 BNK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는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추천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학맥에 대한 관심은 새 정부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끼리끼리 네트워크를 형성, 이전 정부가 보여준 폐단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