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 청산'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까지 추진하려 하고 있지만, 당내 친박계의 '청산 반발'에 따라 진척 속도는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지우기’에 본격 돌입했다.

당 혁신위원회는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박근혜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 권고를 당 최고위원회에 요청했다. 홍준표 대표도 같은 날 혁신위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모아 다음달 17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전후해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권고안을 발판삼아 본격적인 친박 청산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홍 대표가 앞서 예고한 ‘보수대통합’ 역시 친박 청산 시기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 내에서 보수대통합에 반대하는 의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친박 청산이 빠르면 다음달, 늦어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하나 된 한국당’이 나올 것으로 분석하는 의원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중진 의원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로 (바른정당에게)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은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당내 핵심관계자도 같은 날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이후 박 전 대통령 자진 탈당 등 이른바 친박 청산 논의가 시작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본다”면서 “당내 친박 청산이 보수대통합과 연결돼 있다. 일종의 함수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전망했다.

홍 대표 역시 14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에 대해 “바른정당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이제는 돌아오는 게 정상”이라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25% 수준의 안정적인 당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다만 홍 대표의 친박 청산 의지에 대해 친박계가 반발하고 있어 혁신위의 권고안이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헌·당규에 따라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자진탈당하지 않을 경우 출당 시켜야 하는데 당 소속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상당 수의 친박계가 두 의원의 출당에 찬성하지 않는 이상 홍 대표의 의지대로 친박계 청산은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홍 대표도 지난 13일 “당내 의원들, 특히 친박 의원들이 10월 중순 이후로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논의) 하자는 주장이 있어 그것을 받아 다음달 중순 이후로 논의하고 집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반발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 ‘보수통합’에 갸웃 거리는 바른정당

한국당 혁신위가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고했고, 홍 대표가 실행 의지를 보였지만 바른정당의 반응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당내 자강파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은 지난 13일 “(한국당은)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팔아서 선거하고, 끝나고 나니 출당을 결의했는데 그 사람들 이상하다. 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한국당 혁신위의 권고안) 이 정도 갖고 한국당이 반성과 혁신을 말하는 것은 가소롭다”면서 “출당을 권유하려면 혁신위 안에 있는 태극기 부대들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의 친박 청산 의지를 두고 당내 통합파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대의명분에 입각해야 한다. (한국당 혁신안이) 그에 맞는 수준인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통합파로 분류되는 정운천 최고위원도 1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냐. 지금 (한국당은) 완전히 무책임병을 앓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지금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가 있고 호위무사들이 온전하게 있는데 과연 국민들이 (한국당과 통합을) 받아들이겠냐. (한국당 내 친박) 척결 없이 어떻게 거기 들어가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바른정당에서도 한국당의 혁신안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만큼 홍 대표의 ‘보수대통합’ 구상이 실천에 옮겨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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