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오르며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첫 내부 출신 지주 회장인 윤 회장은 최초 ‘연임 회장이라는 기록도 갱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후보 추천 절차 과정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과 공정성 논란 등은 윤 회장의 어깨를 짓누를 전망이다.
 
◇ 차기 회장으로 단독 후보 추천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는 14일 국민은행 명동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윤종규 회장을 단독 심층 인터뷰 대상자로 결정했다. 그와 함께 최종 후보자군에 이름을 올렸던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면접 인터뷰를 고사하면서 윤 회장만이 최종 후보자로 정해졌다. 확대위는 오는 26일 윤 회장에 대한 단독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연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윤 회장의 연임은 그간 가장 유력하게 전망돼왔다. 취임 후 ‘KB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조기에 수습하고 공격적인 인수 합병과 수익성 개선으로 리딩뱅크의 입지를 탈환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다만 노조의 저항이 변수로 지목됐다.

KB금융노동조합 협의회(이후 KB노협)는 회장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또 윤 회장에 대해서는 연임 반대 운동을 펼치며 강하게 압박했다. 또 최근에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윤 회장을 고발했다.

이에 연임에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그의 앞길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는 실정이다. KB노협은 15일 성명서를 통해 “셀프 연임 자작극을 벌였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KB노협은 “노동조합의 반발로 일주일 일정이 2주로 늘어났을 뿐 속전속결 날치기 그 자체였다”며 “2주 동안 윤 회장을 제외한 그 어떤 이름도 없다가 막판에 지주, 계열사 사장이 들러리를 잠시 섰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선임 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윤 회장 연임저지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거수기 사외이사 퇴진을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노사 갈등ㆍ경영 분리 숙제 

우선 이 같은 노사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앞서 불거진 국민은행 노조 위원장 선거개입 논란의 경우, 윤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대화를 물꼬를 텄다.

다만 이번 사안은 좀 더 복잡하다. 노조는 회장 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윤 회장은 이 문제를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노조와의 갈등을 원만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연임을 하더라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수두룩하다. 행장과 지주 회장의 분리 문제가 당면 과제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한 후 내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해왔다. 2014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 간 갈등으로 큰 내홍을 겪은 데 따른 조치다.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확정되는 이 같은 겸직 체제를 분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을 잡음 없이 매끄럽게 진행하는 한편, 과거와 같은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수익성 강화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취약한 글로벌 사업 부문을 키우는 문제도 주요 과제다. KB금융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을 인수했다 크게 손해를 본 뒤,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