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네슬레코리아 청주공장 입구 전경. 세계 1위 식품기업인 스위스의 네슬레 국내법인은 지난 2014년 롯데푸드와 Nestle S.A가 절반씩 지분을 투자한 합작사로 새롭게 출범했다.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그룹이 연간 9조원대로 성장한 커피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력하고 있는 롯데네슬레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도 스타벅스의 아성에 부딪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세계 1위 식품기업… 국내에선 ‘만년적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인스턴트(원두‧믹스 포함)와 커피전문점으로 양분되는 커피시장에서 각각 토종기업과 외국 브랜드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롯데와 한 솥밥을 먹게 된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코리아는 동서식품이라는 벽에, 롯데GRS(구 롯데리아)의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인 엔제리너스는 ‘커피 공룡’ 스타벅스의 기세에 잔뜩 주눅든 듯 하다.

스위스산 세계1위 식품기업인 네슬레가 국내에서 처한 현실은 매우 초라하다. 6년째 법인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즉 이 기간 단 한 번도 흑자 달성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 규모도 4,000억원 문턱에 다다랐다가 3,000억원 밑으로 뒷걸음쳤다.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적자 규모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2011년 이후 줄곧 200억원을 넘나들던 영업적자는 2014년 롯데푸드의 지분 투자(50%)가 이뤄진 이후 2년 연속 줄기 시작해 지난해 24억원까지 축소됐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20억원을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 모두 두 자릿수 초반대로 진입하면서 적자 터널의 끝에 다다른 셈이다.

그럼에도 당장 롯데네슬레코리아의 흑자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커피 소비 트렌드가 커피전문점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믹스와 원두 인스턴트 커피 모두 시장 규모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7 가공식품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커피믹스 소매시장 규모는 2014년 1조1585억원에서 지난해 1조228억원으로 11.7% 줄었다. 같은 기간 인스턴트 원두 시장 역시 4.8% 감소했다.

◇ ‘토종’에 막힌 인스턴트, ‘외산’에 기눌린 전문점

일각에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커피믹스 시장에서도 롯데네슬레(7%)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맥심’의 동서식품(약 80%)은 물론, 후발주자인 남양유업(10%)에도 뒤지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네슬레코리아 관계자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등 영업 환경이 밝지 못하다”면서도 “‘네스카페 수프리모’(커피믹스)의 수지에 이어 최근 ‘크레마’(원두)에도 박보검을 모델로 선정하는 등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커피전문점에서도 부진한 모양새다. ‘1살 터울’ 밖에 나지 않는 스타벅스와의 매출 규모는 10배에 다다른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국내 진출 17년 만에 연매출 1조를 돌파한 반면, 엔제리너스는 1,500억원대에서 맴돌았다.

판매 부진을 의식한 듯 엔제리너스는 커피전문점 가운데는 드물게 지난달 저가형 커피(천사커피, 2,500원)를 내놓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스타벅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엔제리너스를 포함한 다른 브랜드들이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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