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여권은 "이명박 정부의 범죄를 덮기 위한 정치적 물타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5일 홍준표 대표와 이명박 전 대통령간 면담.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국가정보원 정치 개입 의혹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까지 ‘적폐청산’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커지자 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며 정부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선공은 정진석 전 원내대표였다. 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SNS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보복을 가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두고 “박 시장의 말은 무슨 궤변인가. 노무현이 이명박을 죽였단 말인가”라며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이 전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라며 “적폐청산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홍준표 대표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홍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심리전을 벌였다’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발표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이간질로 참 비열하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26일 서울 송파우체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날(25일) 국정원 개혁위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아지처럼 쫄랑거리면서 앞장서서 저 짓을 하는 기관을 1년에 수조 원씩 주고 존치할 필요가 있냐”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정부는 할 일이 없나, 국정원이 과연 필요한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삼권분립을 짓밟은 MB정부 국정원의 헌정유린에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경 대응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국회 브리핑에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밝힌 ‘MB 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보고서는 MB 정부 국정원의 비열하고 은밀한 정치공작의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충격 그 자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이 검찰에 정식으로 수사의뢰를 한 만큼 검찰은 좌고우면 하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당, 적폐청산 반발…’노무현 특검카드’ 맞불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공세에 맞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적폐’로 규정해 이전 진보정권 문제까지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일가가 수백만 달러 뇌물을 받은 것은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고, 이를 규명하는 것이 적폐청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열린 국정감사 대비 상임위원장·간사단 회의에서 “이번 국감에서 중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의 원조적폐”라며 당내 진상규명 TF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대선 직전 한국당이 ‘문재인 3대 의혹 규명’을 목표로 발의한 특검법을 활용해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조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 특검 카드를 꺼내든 것을 두고 “실제 특검 추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4일 SNS를 통해 “추한 입을 다물기 바란다. 고인을 상대로 무슨 재수사란 말인가”라며 “한국당이 떠들면 떠들수록 적폐청산 구호만 더 요란해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26일 한국당의 노 전 대통령 특검 수사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백혜련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함으로써 공소권 자체가 없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검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범죄를 덮기 위한 정치적 물타기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한국당은 지난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홍준표 대표가 뇌물공여 처벌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특검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한차례 좌초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이번 특검 추진도 무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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