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정무수석 임명장을 받고 있는 정진석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노무현 정부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후 목숨을 끊었다”고 한 데 이어 27일에는 “댓글정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고 말했다.

이날 정진석 의원이 공개한 ‘국정홍보처’ 문건에는 “언론보도에 대한 각 부처의견을 해당언론사 및 독자에게 적극 알려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입장을 밝힘으로서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오니 각 부처에서는 다음 사항을 숙지하시어 해당사항이 있을시 반드시 시행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구체적인 시행사항으로는 ▲해당기사에 부처의견 ‘실명’ 댓글 게재 ▲부처 출입기자에게 관련기사와 부처의견을 메일로 송부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관련기사와 부처의견을 메일로 송부 등이 기재돼 있었다. 수신자로는 국정원장 등 주요부처 수장들이 총 망라돼 있었다. 정 의원 등이 “댓글정치 원조는 노무현 정무”라고 주장한 이유다.

◇ 정진석,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싸움’ 이어 참여정부 문건공개

그러나 이를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공작’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문건에도 드러나듯이 노무현 정부는 실명으로 정부와 각 부처 의견을 달도록 지시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익명’으로 다양한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을 달았다. 노무현 정부가 정부의 공식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여론을 조작한 셈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정진석 의원의 행보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부부싸움’을 언급해 이목을 끌더니 이번에는 참여정부 문건을 들고 나와 여론의 중심에 섰다. 앞서의 행보가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의도적 행보가 아니냐는 데 보다 무게가 실린다. 보수의 위기를 기화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의문이 남는 대목은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위를 자처한 부분이다. 계파색이 옅기는 하지만, 정 의원은 친이 보다는 친박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 대통령이 정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임명한 배경도, 세종시수정안 부결 이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목적이 컸다. 분당위기 속에 두 사람의 단독회동을 성사시킨 인물도 정 의원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친박계가 정 의원을 지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원내대표로서의 행보는 친박과 거리두기의 연속이었다. 원내지도부를 친박인사로 채웠으나 혁신위원장에 강성비박 김용태 의원을 임명하는 반기를 들기도 했다. 김용태 카드가 무산된 이후부터는 친박계와의 대립과 반목이 계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특검’에 합의했던 인물도 정 의원이다.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과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당시 ‘상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회경험이 짧은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에서 정무적 역량을 발휘했었다. 당시 정 의원은 범친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친박계에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이상득 의원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출입을 오래한 한 고참기자는 “정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져 범친박으로 분류됐지만, 오히려 친분은 이상득 전 의원과 두터웠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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