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를 두고 또 내홍에 휩싸였다. 김영우 최고위원 등 일부 3선 의원이 자유한국당 3선 의원 일부와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두고 당내 자강파 의원들은 "그렇게 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사진은 28일 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영철, 유승민 의원. 황 의원은 전날(27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 구성에 공감한 의원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바른정당이 ‘보수대통합’ 이슈에 또 다시 내홍을 겪고있다.

이혜훈 전 대표의 자진사퇴 이후 신임 지도부 구성 방식을 두고 통합파와 자강파간 갈등이 ’11·13 전당대회’ 합의로 일단 가라앉았지만, 3선 의원들이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시 수면 위로 갈등이 표출됐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오는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홍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내 3선 의원들이 다음달 11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구체적인 논의 일자까지 정한 만큼 “10월 중 일부 통합파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가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 게 아니냐”고 전망하고 있다.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 등은 지난 27일 이철우 의원을 중심으로 한 한국당 3선 의원 8명과 만나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 최고위원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보 위기 속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독주를 견제하려면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 솔직한 심정으로 한국당·바른정당이 건강한 수권보수 정당으로서 이미지가 너무 약하다”면서 한국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28일 “당의 입장에서는 보수대통합을 이뤄가야 된다는 것에 대해 이의가 없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대통합) 과정이 원만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3선 의원으로는 부족하고 당 지도부도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순리대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 자강파 의원들은 28일 일제히 반발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의원전체회의에서 “어제 3선 모임에서 나왔던 보수통합 이야기는 당 최고위와 사전 협의된 것이 아니다. 지도부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떤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해도 정치 꼼수”라고 비판했다.

◇ 거세게 반발하는 자강파

진수희 최고위원은 28일 의원 전체회의에서 보수통합을 추진하려는 의원들을 향해 “그렇게 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넘어가시라. 거기에 무슨 ‘보수대통합이다’ 라는 아름다운 용어를 오염시키지 말고 자신들에게 올 비난을 물타기 위해 전체 당을 끌고가려는 행위는 하지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 등 일부 3선 의원들의 보수우파 추진위 구성 방침에 대해 “창당정신을 훼손하는 해당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것은 지도부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몇몇 개인들의 일탈행위”라며 이 같이 밝혔다.

자강파로 분류되는 지상욱 의원의 경우 통합파 일부 의원들의 보수통합 추진을 두고 “논의된 것을 지켜야 하는게 공당의 절차가 아니냐. 지난번 최고위에서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뒤집고 의원총회를 열어 11·13 전당대회를 하자고 했는데, 밥 먹으면서 (또) 뒤집는 건 공당 자체가 아니다”라고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과의 통합 추진에 나선 이종구 의원은 지난 27일 한국당 3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지금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일을 보면 너무 좌파적이고 나라를 어디로 이끄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명백한 국가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이런 때 보수우파가 정신을 차리고 뭉쳐야 한다”고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두고 갈등이 또 생긴만큼 지난 5월과 같은 추가 탈당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공개 석상에서 ‘따로 나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에는 당내 갈등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