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시절 댓글 공작 의혹 수사가 국정원을 넘어 국군 사이버사령부로 확대됐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 당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기보다 소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명박(MB) 정권에서 댓글 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퍼트리도록 지시했다는 것. 실제 김관진 전 장관이 MB에게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활동을 직접 보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바로 ‘V 문건’이다.

검찰이 최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V문건엔 문건의 명칭처럼 ‘V’가 표시돼 있다. 검찰은 이 표시가 대통령(VIP)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김관진 전 장관이 MB에게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활동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만들었거나, 이를 직접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다. 때마침 부하 직원들의 녹취록까지 등장했다. 이태하 전 530심리전단장이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는 전화통화에서 “장관이 시켰다”고 말했다.

◇ 김기현-이태하-옥도경-연제욱 ‘입’ 열었나

공교롭게도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김관진 전 장관을 지목했다. 옥도경 사이버사령관과 그의 선임 연제욱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비공개 소환 조사에서 김관진 전 장관과 청와대에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활동을 수시로 보고한 사실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하 전 단장의 부하로 알려진 김기현 전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역시 같은 취지의 내용을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

혐의를 의심할만한 문건은 또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 협조 회의 결과’다. 해당 문건은 2012년 3월10일자 작성된 국방부 내부 회의 자료로, “BH는 국방부 입장에 동의하며, 군무원 순수 증편은 기재부 검토사항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로서 기재부 협조 시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임을 명문화 강조”라고 기재돼 있다. 여기에 김관진 전 장관은 자필로 서명했다.

검찰은 김관진 전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활동 내용을 직접 보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확보한 문건에 대통령(VIP)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V’가 표시됐다는 점에서 의혹이 크다. <뉴시스>

특히 BH문건은 MB의 댓글 공작 관여를 증명할 단서다. 문건에 기재된 것처럼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증원을 승인하고 이를 두 차례 지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후 사이버사령부는 79명의 신입 군무원을 선발했다.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은 인원이다. 이중 47명은 530심리전단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공작을 담당한 곳이다. 이태하 전 단장은 “부하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내가 시킨 것이다. 그것이 내가 시킨 것이냐. 장관이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옥도경 전 사령관과 전화통화에서다.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김관진 전 장관은 위증 혐의까지 보태진다. 그는 2013년 10월1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의 댓글 작업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이태하 전 단장은 김관진 전 장관의 위증을 주장하며 “국방부 정책실장이 직접 업무지시하고 메모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차하면 “언론에 터뜨리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댓글 공작 관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으나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관진 전 장관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를 지켜보는 보수 진영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며 보수 정권에서 소위 잘나간 인사가 바로 김관진 전 장관이었다. 2010년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자리를 유임 받은 뒤 2014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올해 5월까지 재직했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던 검찰이 4년 만에 수사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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