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연설 도중 특유의 포즈를 취한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 8월 발표된 UN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를 두고 각국의 정책결정자들과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북제재의 핵심으로 뽑혔던 원유수출제한‧2차제재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은 후자였던 듯하다. 그간 꾸준히 언질만 나오던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최근 본격화됐다.

◇ 독자제재에 박차 가하는 미국

미국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각) 농업개발은행과 제일신용은행, 국제산업은행 등 8개 북한은행의 경제‧금융활동을 제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러시아‧리비아‧아랍에메리트연합 등지에서 북한은행을 대표해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26인의 금융활동을 가로막는 조치도 함께 취해졌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대북 독자제재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행정명령을 통해 재무부에게 북한과 거래한 내역이 있는 어떤 은행‧기업이든 미국 금융계에서 퇴출시킬 권한을 부여했다. 재무부는 또한 필요에 따라 미국 내 북한자산을 동결하거나 미국 금융시스템의 이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을 국제금융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해 지난 2015년 시행했던 제재조치와 흡사하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각) 기사에서 “그간의 대북제재들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 것은 이빨이 상당히 날카롭다”고 평했다. 우선 UN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효시켰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UN 대북제재안에서 제외된 석유‧정제유‧석탄과 해산물 및 섬유사업 규제가 포함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중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 ‘2차 제재’도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미국은 이미 지난 6월 중국 단동은행이 북한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제재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 의장인 에드워드 로이스 공화당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중국의 거대은행들까지 제재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 트럼프와 시진핑의 ‘불편한 동행’

미국이 ‘북한 고립작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도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있을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자국 금융기관들에게 UN의 대북제재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지시했다. 중국의 모 대형은행 관계자를 인터뷰한 CNN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현재 북한 주민의 계좌개설을 막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CNN은 “중국 정부‧기업이 UN 제재안을 착실하게 이행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는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함께 보도했다. 지난 8월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1억3,800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164만톤의 석탄을 수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지난 2월 북한의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연말까지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민주주의국방재단 등 미국의 보수성향 단체들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협력자’로 규정하며 불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 짜오 베이징 국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CNN을 통해 “중국은 어떤 국제 대북제재도 어긴 것이 없다”고 밝혔다. 오래 전부터 세관에 묶여있던 석탄을 새 제재조치가 발효되기 전에 매입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북-중 경제협력이 실제로 더 강화된 부분도 있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올해 8월 북한의 중국산 옥수수 수입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4,5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랜 가뭄으로 심화된 북한의 식량부족 현상이 대 중국 경제의존도를 더 높인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한편 ‘강공전략’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대미 수출흑자국인 중국의 원성을 충분히 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당국은 미국의 무역‧금융제재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표출한 바 있으며, 블룸버그는 새 대북제재안을 분석한 기사에서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세계 1‧2위 경제대국간의 무역‧금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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