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빅데이터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사진은 예측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아마존의 물류창고.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빅데이터는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어색한 이름이 아니다.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든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차세대 유망직업이다”는 말은 이곳저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진 반면 국내 활용도는 아직 미미하다. 반면 해외 일류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빅데이터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 ‘데이터 대전’ 벌이는 해외기업들

미국의 DNV GLAS가 지난 2016년 전 세계 1,18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1%가 빅데이터를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해당 비율은 종업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대기업에서 7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는 ‘리더 기업’들의 경우에는 96.3%에 달했다.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일수록 빅데이터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아마존과 구글이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44.2%를 점유한 아마존은 방대한 데이터보유량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의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의 신기원으로 불리는 ‘예측배송 서비스’는 고객의 주문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미리 인근 물류창고에 적재해 배송시간을 단축했다. 작년 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구글의 알파고는 수천만 개의 바둑 기보에 바탕을 둔 시뮬레이션을 수십만 번 진행해 한 수 한 수를 결정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중국정부는 국가차원에서 발표하는 혁신산업 발전 지원계획에 빅데이터 부문을 꾸준히 포함시키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제13차 5개년 계획은 데이터 공유 및 산업계와의 교류를 통해 빅데이터 시장규모를 연평균 30%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특히 전자기기와 인터넷의 결합을 의미하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의 빅데이터 연구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각)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유럽지역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중국과 미국에 14곳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작년 12월부터 유럽지역 공략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아마존·구글 알파벳과 경쟁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출발신호 옛적에 울렸는데… 아직 몸만 푸는 한국

한국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육성을 정책기조로 내걸고 공공데이터의 활용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주로 교통·행정·건강 분야 등에서 빅데이터가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미세먼지 저감사업에도 대기질을 분석하는데 이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산업계의 빅데이터 활용정도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업체들이 전략사업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6년 2월 발표한 ‘2015 빅데이터 시장현황 조사’에 따르면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은 조사대상 중 4.3%에 불과했다. 세계 198개 기업 중 29%가 빅데이터를 도입·활용하고 있는 것이나 전 세계 제조업체의 68%가 빅데이터에 투자하고 있다는 16년 8월의 조사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반면 산업계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이용 가능한 데이터범위의 정의 및 확대가 필요하고 주장한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다루기도 까다로운 빅데이터를 기업·민간부문이 이용하려면 정보접근성의 제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감한 개인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섣부른 규제완화를 경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빅데이터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2.6%에 불과하며, 햇수로는 3.3년이 뒤쳐져있다(2015년 기준). 특히 서비스 분석‧거래‧컨설팅 등에서 20~30%대의 낮은 기술보유율이 기록됐다. 3년 4개월의 격차를 메우려면 하루빨리 빅데이터의 사다리를 올라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