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소환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시사위크=최찬식 기자] 정치는 ‘반전드라마’다. 지금의 영광이 내일의 영광이 될 수 없는 게 정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적폐세력’으로 몰린 것만 봐도 그렇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전임 정권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향해 사정의 칼날을 사정없이 휘둘렸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칼날을 거둬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키운 사람은 이 전 대통령이다. 2012년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져 노무현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친노가 민주세력으로부터 큰 지탄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설화’에 휘말렸고, 어설픈 정책으로 보수세력의 공격을 받아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 노 전 대통령의 바닥권 지지율이 대선에도 영향을 미쳤고, 정동영 후보는 초라한 성적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쓴 맛을 봤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고향인 봉하로 내려갔고, 문재인 대통령도 초야에 묻혔다. 정권창출에 실패한 책임이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 집중됐다. 오죽하면 친노 사이에 ‘폐족’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돌았겠는가.

이 전 대통령은 집권 후 노 전 대통령 비리 털기에 혈안이 됐고, 2009년 5월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낳았다. 여론은 급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동정론’이 급상승하면서 친노세력이 급부상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상주’ 역할을 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본의 아니게 자연스럽게 정치에 복귀하게 된 셈이다.

이후 문 대통령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상임이사를 맡았고, 2012년 부산 사상구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여세를 몰아 그해 대선에 출마했으나 박근혜 후보에게 근소한 표차로 석패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을 다시 정치권 전면에 나서게 한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기를 쓰고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켰던 이 전 대통령이었지만,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검찰소환’ 위기에 처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있던 ‘죄’를 묻을 수는 없게 됐다.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로 흑색선전을 일삼고, 흑백논리에 따라 국민 편가르기에 나선 ‘죄’는 단죄 받아 마땅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공개한 적폐청산 논란과 관련, 69.7%가 ‘더 강하게 개혁해야 한다’며 수사에 찬성했고, 25.1%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모름/무음답은 5.2%였다. (9월 8일부터 9일까지 조사,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3명 대상, 유무선전화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응답률 10.9%)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