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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뉴스
[키덜트 전성시대上] 경제력 갖춘 30~40대가 키덜트 주축
2017. 10. 03 by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덜트 앤 하비 엑스포((KIDULT&HOBBY EXPO2017)‘에서 관람객들이 로봇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이제 더 이상 ‘키덜트’는 낯선 말이 아니게 됐다. 성인이 돼서도 게임, 만화 등에 열광하는 어른(Kids와 Adult의 합성어)을 뜻하는 이 단어는 2000년 초반 무렵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단어였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엔 일반 대중에서 널리 쓰이는 보편적인 단어가 됐다.

그만큼 시장 규모도 커졌다. 키덜트 시장이 주류 산업으로 자리 잡은 2014년부터 연간 20%씩 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1조 원 문턱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커피음료(캔·컵커피)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시장이 커지면서 단어의 뉘앙스도 변했다. ‘철 없는 어른’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벗고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산업의 한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키덜트 산업의 성장 비결을 진단해 봤다.

◇ “어릴적 엄마가 게임 안 사줘 지금 산다”

키덜트 산업이 성장한 배경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년 시절의 향수를 추억에만 가둬두지 않고 관련 상품을 소비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SBS CNBC>와의 인터뷰에서 “(키덜트 현상은)과거에 좋았던 향수에 기대어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부분사치 현상과 더불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키덜트족의 심리는 TV 속 연예인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트렌드를 리드하는 연예인 집단에서도 키덜트 캐릭터들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연예계 게임왕으로 알려진 젝스키스 멤버 은지원이다.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그가 무심코 뱉은 한 마디는 게임, 만화, 피규어 등에 열광하는 어른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다. 그는 배우 이시언과 방문한 레트로 게임장에서 “어릴 때 엄마가 게임을 안 사줘서 지금 다 사고 있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일에 대한 그리움 특히 어린시절에 함께 했던 놀이 문화에 대한 추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가진 본능인데, 최근에서야 이러한 현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건 사회경제적 요인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키덜트의 천국’ 이웃나라 일본에서 게임과 만화 등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 유년기를 지낸 1970~1990년대생들이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게임의 메카 용산 전자상가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W게임매장을 이용하는 최대 고객층은 30대다. 주말은 물론 평일 낯 시간에도 이미 ‘아재’거나 ‘아재티’가 나기 시작한 남성들이 매장을 드나드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매장 관계자는 “20~40대까지 고객층이 분포돼 있지만 최대 고객연령층은 콘솔 게임 황금기를 보낸 30대”라며 “이들은 1985년 탄생한 ‘슈퍼 마리오’로 끝판왕 ‘쿠퍼’를 때려잡고, 차후에 출시된 ‘슈퍼 패미콤’으로 16비트 게임을 경험했던 세대”라고 말했다.

◇ 경제력을 등에 업은 노스탤지어

급증하는 1인 가구와 ‘욜로 라이프’ 증가도 키덜트 문화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부양 가족이 없어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1인 가구는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혼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삶, 즉 ‘욜로족’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음에도 소득의 일부를 게임이나 피규어 구매에 지출하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관련 산업을 급성장 시킨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인들이 ‘큰손’이 된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은 해마다 두 자릿수에 버금가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컨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캐릭터 산업은 전체 11개 장르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8.7%)을 보이면서 키덜트 효과를 실감케 했다.

보고서는 “국내 1인 가구 및 싱글족 증가, 자기를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의 확산, 키덜트 확산 및 관심 증대 등의 이유로 급속 성장 중”이라며 “많은 기업들에서 키덜트 그룹을 목표로 캐릭터를 직접 제작하여 마케팅하거나 기존 캐릭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