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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평양 주석궁에선’] 오빠 후광업고 북한 세습권력 실세로 떠오른 김여정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날개를 달았다. 오빠의 후광을 업고 평양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에 진입한 것이다.

2011년 12월 아버지이자 선대 수령인 김정일의 사망으로 절대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은 그동안 피붙이인 김여정을 공개석상에 내세우며 최측근 보좌관으로 삼았다. 최근엔 지근거리에서 행사 의전 등을 챙겨온 여동생에게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란 비중 있는 직위를 선물했다.

김여정에 대한 파격인사는 지난 7일 열린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이뤄졌다. 북한 권력의 중추기관이라 할 노동당의 간판인물들을 자신의 측근세력으로 물갈이하는 인사에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포함시킨 것이다.

2014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면서 공식 직함을 얻은 김여정은 지난해 5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차 전원회의를 통해 당 중앙위원에 이름이 올랐다. 그녀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출한 것을 두고 파격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정일이 여동생 김경희가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 등을 거쳐 66세가 된 2012년에서야 정치국 위원이 된 것에 비해 ‘초고속’이란 점에서다.

김여정은 그동안 당의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서는 북한 체제의 대내외 홍보를 맡은 부서로 파악된다. 김정은에 대한 찬양 선전과 이미지 연출 등도 담당한다. 김정은 공개 활동이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을 통해 어떻게 보도되고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등을 관장하는 것이다. 신문·방송에 나갈 사진이나 영상을 꼼꼼히 체크하고 상징조작을 어떻게 할지를 판단하는 것도 선전선동부의 주요 임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김여정은 김정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보좌할 수 있다.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위치란 얘기다. 김여정은 김정은 체제 들어 평양에서 가장 자유분방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물로 통한다. 절대 권력자인 오빠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거의 유일한 존재란 점에서다. 처형과 해임·강등 같은 공포정치로 전전긍긍하는 다른 고위 간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2011년12월 김정일 장례식 때 김정은과 모든 간부들이 꼿꼿하게 부동자세를 한 자리에서도 김여정은 행사장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김여정을 두고 북한 권력층 사이에서는 “모든 길은 여정동지로 통한다”거나 “여정 동지를 통하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인사나 이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김여정이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메모해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간부에 대해 직접 처벌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김여정도 한동안 주춤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활동이 뜸했고, 이에 김여정을 둘러싼 신변이상설 등이 제기됐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김여정은 지난 한 해 9차례의 공개 활동을 하는데 그쳤다. 이전까지 오빠를 밀착수행하며 북한 권력 내에서 최고의 핵심 실제 중 하나임을 과시하던 모습에서 활동을 자제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를 두고 20대에 불과한 김여정이 부부장급 직함으로 활발한 활동하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쏟아진 때문이란 진단이 나왔다. 북한 노동당의 부부장급은 60~7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1월에는 미 국무부의 대북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북한 인권유린과 주민억압의 주범으로 낙인된 것이다. 미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유린 실태에 관한 2차 보고서에 따르면 김여정은 김원홍 국가보위상, 최휘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권력 핵심 인물들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김여정을 북한의 언론검열과 주민 세뇌공작의 최고책임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 대해 보고서는 “북한 내 모든 미디어를 관장하며, 특히 검열을 핵심 업무로 하면서 억압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주민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김여정은 리스트에서 제외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발표를 앞둔 막판에 미 최상층부 결단으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미국 등에서 김여정을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여정이 제재리스트에 오르게 된 혐의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고문이나 정치범 수용소 운용 같은 중범죄 혐의의 주범으로 지목된 군부와 공안기관이 고위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김여정이 북한 권력 내에서 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20대 나이에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는 김여정의 파워는 오빠 김정은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고모부 장성택까지 처형하며 권력기반을 다지는 데 실혈을 기울여온 김정은으로서는 ‘믿을 건 핏줄 뿐’이란 생각을 굳혔을 수 있다. 노동당과 군부의 고위 측근간부들조차 믿기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북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여동생 김여정까지 권력의 전면에 내세우는 김정은의 통치방식에 대한 고위간부와 주민들의 시선이 고울 수는 없다. 3대 세습 방식의 권력독점도 모자라 여동생까지 동원한 통치노선에 대해 불만이 쏟아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다.

지금 평양 권력의 핵심부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 일가의 폭압적 통치는 벼랑 끝을 향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고 민생을 파국 직전으로 내몬 책임에서 김정은과 이 일족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여정의 정치국 후보위원 감투가 부자연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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