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오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길었던 추석 황금연휴가 끝나고 저마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됐다. 감옥에서 첫 명절을 보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항소심에 돌입한다. ‘절묘한’ 1심 판결로 인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항소심은 1심보다 더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추석을 비롯해 개천절, 한글날, 그리고 임시공휴일까지 어우러진 이번 황금연휴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이 정도 황금연휴는 8년 뒤에야 다시 찾아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조금 다른 의미의 특별한 추석을 보냈다. 구치소에서의 첫 추석, 첫 명절이었다. 미결수인 탓에 다른 재소자와 함께 합동차례는 지내지 못했지만, 추석맞이 특식과 특선영화는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모든 정신은 항소심 재판을 향해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8월 25일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은 지난달 28일 개시됐으며, 오는 12일부터 본격적인 공판이 열린다.

◇ 집행유예 가능성도 열려있는 항소심

1심에서 각종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과 실형을 면치 못한 이재용 부회장은 항소심을 앞두고 호화 변호인단에 일부 변화를 줬다. 1심을 이끌던 송우철, 문강배 변호사가 빠지고, 이인재, 한위수, 장상균 변호사가 새로 합류했다. 변호인단을 한층 강화할 뿐 아니라, 재판장과 변호인의 관계로 인한 재판부 재배당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항소심 변호인단은 수백쪽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통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 28일 첫 공판준비기일에는 증인채택 여부와 신문 시간 등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재판부가 “그만해달라”며 중재에 나설 정도였다.

모든 재판이 중요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은 1심을 능가하는 ‘세기의 재판’이라 할 수 있다.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는데, 원칙적으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일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범죄 액수’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징역 5년이 산정됐다.

이재용 부회장 측이 간절히 바라던 무죄는 아니었지만, 1심 판결은 많은 뒷말을 낳았다. 징역 5년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대부분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작량감경’을 통해 1심의 절반까지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재벌총수 판결 공식’이라 불리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나는 시나리오까지 가능하다.

핵심쟁점은 뇌물죄와 국외재산도피죄의 인정 여부 및 범위다. 1심은 삼성의 승계작업과 이를 위한 합병, 묵시적 청탁 등을 모두 인정하며 뇌물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뇌물을 건네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외재산도피죄에 대해서는 특검이 주장한 78억원 중 36억원만 인정됐다. 국외재산도피죄의 경우 액수가 50억원을 넘길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되지만, 50억원 미만이면 징역 5년 이상으로 형량이 줄어든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 측은 기본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되, 적어도 집행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측의 공세를 막아내며 국외재산도피죄의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탄핵과 구속 등의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공동운명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도 일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을 임하는 방식은 죄를 일부라도 인정하며 선처를 바라거나, 무죄를 주장하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재로선 이재용 부회장 측이 전자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1심 판결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까지 열려있는 만큼, 양측이 사생결단의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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