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 씨가 주식회사 다스에 대한 장악력이 확대됐다.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데 이어 한국 다스 지분이 100%인 중국 법인 4곳의 대표로 선임됐다. 본사의 회계와 재무 관리도 총괄한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주식회사 다스는 자동차 카시트를 만드는 회사다. 완성품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에 납품한다. 사실상 독점 공급이다. 때문일까. 1987년 회사 설립 이후 매년 매출액 증가를 보여 왔다. 올해는 2조7,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준 재벌기업이다. 뒷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다. 다스의 진짜 주인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벌써 10년째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지분 1% 없는 이시형에게 이상은 부자 밀려나

이번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MB의 장남 이시형 씨다. 다스에 대한 장악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 JTBC 보도에 따르면, 시형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여 동안 다스가 중국에 세운 법인 9곳 가운데 4곳(북경다스·문등다스·강소다스·닝보다스)의 ‘법정대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우선 시형 씨는 다스 지분이 1%도 없다. 알려진 것처럼 다스의 대주주는 MB의 큰형 이상은(47.26%) 회장이다. 그의 아들 이동형 씨도 총괄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표면적으론 동형 씨가 다스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형 씨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형 씨는 2010년 8월 과장으로 입사해 2015년 1월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어 중국 법인 대표로 선임됐다. 반면 동형 씨는 지난해 10월 부사장으로 강등돼 충남 아산공장 책임자로 전보됐다.

특히 시형 씨가 대표로 선임된 중국 법인 가운데 강소다스와 문등다스는 이상은 회장의 애착이 컸던 곳으로 알려졌다. 강소다스의 경우 자신이 직접 대표로 관리했고, 문등다스는 아들 동형 씨에게 관리를 맡겨왔다. 그런데 이상은 회장은 갑자기 왜 조카에게 권한을 넘겼을까. 그의 변심은 매출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시형 씨에게 권한이 넘어간 4곳의 중국 법인은 한국 다스 지분이 100%다. 5,4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의 대주주 이상은 회장은 아들을 강등시키고 조카인 시형 씨를 승진시켰다. 내부 관계자들은 이른바 ‘이시형 체제’로 전환하는 데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뉴시스>

뿐만 아니다. 시형 씨는 자금줄도 쥐고 있다. 올해 2월 다스 본사의 회계와 재무 관리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게 된 것. 본사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감사보고서와 여기에 첨부된 회계보고서에서 시형 씨의 서명 날인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형 씨가 본사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시형 씨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공교롭게도 다스 내부에 MB와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강모 대표와 신모 감사가 대표적 사례다. 두 사람은 각각 현대 출신,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MB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이른바 ‘이시형 체제’로 전환하는 데 멀지 않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다스 본사 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MB의 손을 들어줬다. 이상은 회장의 소유가 맞다는 얘기다. 하지만 MB의 소유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MB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263억원) 일부는 다스에 투자됐다. 다스에서 BBK에 투자한 자금이 도곡동 땅 매각대금에서 나왔을 것이란 추론도 여전하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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