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긴급수술로 인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통해 국정감사 증인 27명과 참고인 66명을 1차로 확정했다. 여기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도 포함됐다.

실라키스 사장이 국감 호출을 받은 이유는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은 독일에서 먼저 불거졌으며, 우리나라 정부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또 다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같은 사안으로 판매정지라는 초유의 처분을 받았다. 특히 올해 들어 관계법령이 강화돼 더 강력한 과징금 철퇴가 가능해진 상태다.

◇ 하필이면 이때… 국감 피한 실라키스 사장

하지만 실라키스 사장은 13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 출석할 수 없다는 게 벤츠 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실라키스 사장은 환노위가 자신을 증인으로 채택한 지난달 27일, 회사차원에서 진행한 봉사활동 참여를 위해 연평도에 있었다. 당시 실라키스 사장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등 건강하고 활발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불과 보름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실라키스 사장은 망막박리로 인해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11일, 눈 부분에 이상을 느껴 집 근처 병원과 대학병원을 찾았고 긴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최소 2주간은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망막박리란,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 망막이 찢어지는 등 훼손된 것을 의미한다. 외상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훼손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라키스 사장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특별히 다치거나 외상을 입은 것은 아니고, 병원에서 망막박리가 확인돼 수술 권유를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실라키스 사장은 절묘한 타이밍에 수술을 받아 국감에 출석하지 않게 됐다. 벤츠 코리아는 부사장급 중에서 국감에 대신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을 싸늘하다. 갈수록 판매를 늘려가고 있는 수입차업체들이 그에 걸 맞는 책임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수입차업계 판매 1위에 등극했고, 올해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실라키스 사장은 2015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뉴시스>

실라키스 사장의 국감 불출석이 자칫 큰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정부의 리콜 절차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다 결국 판매정지 처분을 받고 말았다. 여론 또한 상당히 악화된 바 있다. 하지만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서부터 그 이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벤츠 코리아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닮은꼴 행보를 보이게 됐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실라키스 사장은 당초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런 수술로 불출석하게 됐다”며 “오는 19일 김지섭 부사장이 대신 국감에 참석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실라키스 사장은 2015년 다른 수입차업체 CEO들과 함께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이른바 ‘벤츠 골프채 파손 사건’ 등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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