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야권 발 정계개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은 양 당의 구체적인 통합 제안이 오기 전까지 섣불리 움직이는 건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31일 바른정당 연찬회에서 당 진로를 두고 논의하는 유승민 고문, 정병국 전 대표, 김무성 고문, 주호영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바른정당 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에서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섰고,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 중심으로 바른정당 자강파와 접촉해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상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원내교섭단체 4당 체제가 무너지고 보수-중도-진보의 3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당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근혜계 세력 청산을 조건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준비에 나선 상태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계 인적 청산을 통합 조건으로 내건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차원에서 20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가 이뤄질 경우 박 전 대통령은 10일의 자진 탈당 기회가 주어지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한국당에서 출당된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도 박 전 대통령 출당과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기인 11월 초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파 의원들이) 국감 기간에는 (탈당) 하지 않는 대신 (오는 11월 13일) 당원대표자대회 전까지는 탈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통합파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강파 의원 설득이 안 되면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에 준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사실상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 ‘중도연대’ 러브콜 보낸 국민의당

국민의당도 바른정당 자강파를 향해 ‘중도연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정책연구소인 국민정책연구원은 최근 바른정당·한국당,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 통합 등 각 당 간 다양한 형태의 합당을 전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통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는 내부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이 18일 발표한 지난 13~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가정한 상태에서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19.7%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통합을 가정할 경우의 통합정당 지지율은 54.6%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가정 상황에서 한국당-바른정당 지지율은 26.3%로 조사됐다. <뉴시스>

이를 두고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각각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과 만나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당 통합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 쪽에서 많은 의원들이 통합을 원한다고 해서 저희 바른정당 의원들의 뜻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강파 좌장격인 유승민 의원도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에서도 개혁보수라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같은 안보 상황에서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한 특정 지역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당내 통합파의 탈당 예고로 인한 정계개편 가능성이 전망되는 것에 대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 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한국당·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가 진척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현재까지 없는만큼 당장의 통합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국민의당 어느 정당도 현재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게 없다”며 “양당이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 전까지 당 지도부가 통합 논의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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