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감찰 결과 "실종 대응지침 위반, 감독 소홀" 중랑서장 등 9명 징계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최영기 서울경찰청 특별조사계 경정이 '중랑경찰서 여중생 실종신고 사건'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이영학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감찰 과정에서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연히 확인했어야 할 피해자 A양의 최종행적을 부모에게 묻지 않았고, ‘코드1’ 지령에도 출동도 하지 않은 이유가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초동조치는 부실했고,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경찰이 ‘대수롭지 않게’ 단순가출로 여겼던 A양은 차디찬 시신을 돌아왔다.

서울경찰청이 초동대처 부실 논란을 빚어온 ‘이영학 사건(서울 여중생 실종사건)’ 관련, 중랑경찰서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이영학 사건의 초동대처 부실 의혹에 대해 서울 중랑경찰서장, 중랑서 여성청소년(여청)과장 등 관련 경찰관 9명을 감찰 조사했다.

대부분의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현장 경찰관들은 실종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서장 등 관리 책임자 역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피해자 A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일(9월30일) 오후 11시45분께 중랑서 망우지구대를 찾아 A양의 마지막 행적과 이영학의 딸에 대해 얘기했지만, 경찰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핵심 단서를 확인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에 앞서 오후 11시20분께 A양 어머니로부터 실종신고를 접수받은 112중합상황실은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긴급출동 상황인 ‘코드1’을 발동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현장에 출동하겠다”고 해놓고 출동하지 않았다.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뉴시스>

망우지구대는 A양 행적에 대해 중랑서 여청과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여청과장은 수사팀장으로부터 ‘실종아동이 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중랑경찰서장에게 제때 보고 하지 않았다. 수사 총책임자인 서장은 A양이 실종된 지 나흘만인 10월4일에야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다. A양은 이미 10월 1일 낮 12시30분께 이씨에게 살해당했지만, 경찰은 10월2일에서야 망우동 일대 탐문수사를 실시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의무 위반 사실이 밝혀진 조 서장의 경우 인사조치, 경정급 이상 2명(여성청소년과장·상황관리관)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경감 이하 6명(여청수사팀장·여청수사팀 2명·순찰팀장·순찰팀원 2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징계위원회는 늦어도 다음 달 안에 열릴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경찰청 감찰 결과를 토대로 경정 2명은 징계위에 회부하고 서장은 총체적 지휘책임을 물어 인사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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