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에 열린 임단협이 또 다시 불발에 그치면서 LG생활건강 총파업은 40일을 바라보게 됐다. <시사위크 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총파업 37일째를 맞고 있는 LG생활건강 사태가 더욱 장기화 될 전망이다.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LG생활건강이 노조와의 대화는 뒷전인 채, 회사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LG생활건강은 타협점을 찾기 위한 교섭에는 불성실 자세로 일관하면서도, 새로운 공장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해온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 17차 임단협 또 다시 불발

LG생활건강과 노조 간의 임금협상이 또 다시 불발 됐다. 26일 오후 어렵게 마련된 17차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LG생활건강 교섭위원들의 스케줄 문제로 하루 미뤄져 성사된 자리인 만큼 극적인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아졌지만, 노사 양측은 이견을 좁히는 데 또 다시 실패했다.

LG생활건강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제시안이 없다고 해서 교섭은 2시간 만에 마무리 됐다. 오는 30일 오후 2시에 교섭일정만을 잡아두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LG생활건강 노사협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1947년 창립 이래 최장기간 파업이라는 기록은 계속해서 갱신될 전망이다. 17차 교섭이 이뤄졌던 26일 기준 LG생활건강의 노조 파업은 37일째를 맞고 있다. 3일째 광화문 LG빌딩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600명의 노숙 기간도 덩달아 길어지게 됐다.

이번 총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데에는 사측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당초 약속됐던 교섭 날짜를 수차례 바꾸는 등 협상 테이블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래 25일로 예정됐던 17차 교섭 역시 하루 전날 LG생활건강이 교섭 위원들의 스케줄 문제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이날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노조를 자극하고 있는 건 사측이 어떠한 제시안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할 LG생활건강은 파업 기간 내내 원안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급 1% 인상에 호봉승급분 2.1%, 제도개선 2.15%를 합친 5.25%안에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매년 호봉에 따라 인상되는 2.1%는 자동승급분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협상에서 제외시켜야 하지만 사측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최장 기간 파업 와중에… 몸집 불리기 나선 LG생건

최장 기간 파업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LG생활건강은 최근 공장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협상 의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옥시레킷벤키저가 폐쇄 결정을 내린 익산공장 인수를 위한 자산 양수도 계약을 지난주 체결했다.

김욱연 LG생활건강 노조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외형 확장을 위한 M&A에 투자한다는 건 사측이 임금협상에 큰 뜻이 없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면서 “50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공장을 인수할 만큼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게 입증됐지만, 사원들의 복지와 임금을 개선하는 데는 회사가 여전히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공장 인수는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검토 된 일"이라며 "회사는 대화를 통해 노조와 임금 협상안을 도출한다는 원칙에 따라 계속해서 교섭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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