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사진 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사진 오른쪽) 국민의당 대표가 각각 당 개혁 과정에서 반대 세력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 내홍으로 직·간접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두 사람 모두 당권 장악을 위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지만, 반대 세력으로부터 강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홍·안 대표는 이미 한 차례 당으로부터 사실상 내쳐진 적이 있는만큼 ‘정치생명’을 걸고 반대 세력과의 전쟁에 나선 상황이다.

◇ ‘패배 후 정치인생 재개’ 동지… 닮은 꼴 두 사람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포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에 대해  출당을 시도했다가 당내 친박계 의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탈당 권고안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결될 경우 홍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당을 사당화 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지난 22일 홍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의 과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 연루를 언급하며 “혹세무민 말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대표 역시 지지기반 확보 차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나섰지만 당내외 인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확인되지 않은 ‘호남계·햇볕정책 퇴출’이라는 협상 조건이 공개되면서 당내 호남 중진 의원들은 안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안 대표가 추진한 ‘당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역시 원외지역 위원장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 당 내부에서 안 대표 입지는 더욱 좁아진 분위기다.

호남계 중진인 정동영 의원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시도당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추진에 대해 “지역위원장 이백수십 명을 일괄사퇴하라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며 “여기에 대해서는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추진’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홍준표·안철수 대표를 두고 당 내부에서 자진 사퇴 압박이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지난 대선에서 한 차례 패배한 뒤 복귀한 정치인인만큼 당내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반대세력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준표 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당 후보로 나서 패배한 뒤, 당 대표로 정치판에 재등장한 공통점이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후보 2~3등이 패배 후 몇달이 지나지 않아 정치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두 사람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당의 생존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전력도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지만, 같은 해 이른바 ‘디도스 사태’의 책임론이 당 쇄신 그룹으로부터 불거지자 결국 사퇴한 바 있다. 안 대표도 지난해 당내에 불거진 ‘리베이트 의혹’에 책임을 지고 당시 공동대표였던 천정배 의원과 동반 사퇴했다.

이 같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 당 대표로 다시 재기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구원투수’ 격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당이 또 한번 생존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직전 대선 후보로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보장되는 홍준표·안철수 대표를 당원들이 선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홍·안 대표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 지지기반인 지역에서 참패할 경우 또 한번 거센 사퇴 압박에 휘말리며 닮은꼴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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