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각종 사유로 인해 증인 출석에 불응한 CEO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해 국정감사가 20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은 총수보다는 전문경영인 위주의 증인 신청이 이뤄지면서 과거 ‘기업 망신주기’ 식 행태에서는 조금은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는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보다는 반기업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기업국감’ 색채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 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반대로 피감 대상인 기업들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픈 곳을 건드리는 송곳질문에 불성실한 답변을 내놓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의원들의 화를 돋우는 기업인들도 더러 있었다. 일단 증인으로 신청된 이상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 부름에 응해야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불출석 통보를 하는 ‘간 큰’ CEO들도 재등장했다.

◇ 국감날 지역 행사가고 눈 수술 받은 CEO들

증인실명제가 첫 실시된 올해 국정감사의 일반 증인수는 전년 대비 20명 가량 줄어든 277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출석률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 가까이 80% 후반대를 기록했던 일반 증인 출석률이 올해에는 70%대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불출석자 명단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반 증인의 절반 가까이가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출석률 하락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지난 31일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 일반 증인 자격으로 출석이 요구됐지만,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건설사 CEO들이 예상을 깨고 증인석에 들어섰지만, 이 회장의 자리는 감사가 종료될 때까지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공식적인 행사’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장은 미리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국토위 종합감사가 열리는 당일 ‘울산 노인회 날’ 행사 일정이 잡혀있어 국감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정오에 마무리됐고, 일반증인 질의는 오후 5시가 넘어 진행됐다. 이 회장을 대신해 최양환 사장 등 2명의 대표이사가 국회를 찾았지만 정작 회의장에는 입장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지적을 한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간사로부터 가장 많은 신청을 받은 증인이 불출석 하면서 국토위의 권한이 처참히 붕괴됐다”면서 “정부의 각종 특혜로 재계 16위까지 성장한 기업인데 서민을 상대로 부실시공과 임대료 인상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회에서 이를 묻고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영을 상대로 한 청문회 추진도 예고했다. 이 의원은 “동행명령장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 드리며, 현재 의원 10명이 부영 청문회 개최 요청서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수술을 이유로 불참한 CEO도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수장인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10월 13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눈 수술’ 때문이었다. 국감을 앞두고 망막이 찢어져 긴급 수술을 받아 참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결국 김지섭 부사장이 대리 출석해 벤츠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응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도 불참 행렬에 동참했다. 공교롭게도 함 사장 역시 ‘눈 수술’이 불출석 사유였다. 1일 강원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함 사장은 최근 왼쪽 안구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한 병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 8월경쯤 눈 수술을 받으셨고 10월 31일에 반대쪽 눈 수술을 받아 현재 입원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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