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방미일정을 마치고 무거운 표정으로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1일 박대출 의원 등 5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권여당에 의한 공영방송 강제개편을 중단하고 방송법 개정 심사에 착수하자는 게 요지였다. 방송법 개정은 민주당이 야당시절 요구했던 내용으로, 이를 묵살했던 자유한국당이 역으로 주장하는 것이 마땅치 않지만 메시지 자체는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메시지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론관 밖으로 나온 이들은 이른바 ‘백브리핑’을 준비하기 위해 일렬로 나란히 섰다. 백브리핑을 중계하기 위한 카메라도 1~2대 준비됐다. 그러나 정작 질문을 하기 위해 따라 붙은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민경욱 의원은 “따라나오지 않네”라며 머쓱해 했다.

이처럼 한국당의 메시지가 힘을 잃으면서 국정운영에서도 점점 고립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예산, 인사청문회 등 야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국민의당 설득을 0순위로 올려놓고 있다. 추가적인 협조가 필요한 경우 바른정당까지 협상대상으로 보는 분위기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어차피 반대만 하는 당’으로 치부, 사실상 협상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한국당 패싱’ ‘홍준표 패싱’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소수당인 정의당의 메시지를 두고 ‘데스노트’라며 주목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초라한 형국이다.

◇ ‘한국당 패싱’ 자초한 이유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태블릿'을 거론하며 손석희 사장의 증인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한국당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메시지의 진정성은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한 목소리로 전달했을 때 확보되지만, 한국당의 메시지는 국민 다수의 생각과 멀었고 파편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최순실 태블릿 조작’ 논란이다.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몇몇 친박계 의원들은 여전히 최순실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검찰이 공인했으며,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인용의 기초가 된 내용을 부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한국당의 메시지가 국민 공감대와 멀어지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홍준표 대표의 갈지자 행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춘향이인줄 알았는데 향단이였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홍준표 대표는 대선국면에서는 “작대기라도 필요하다”며 태도를 바꿨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징계를 해제한 당사자도 홍 대표였다. 그랬던 홍 대표가 이제 와서 다시 친박청산을 주장하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또한 홍 대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주장을 펼쳤다가 망신을 당했던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당시 레드카펫이 깔려 있지 않다는 이유로 ‘코리아 패싱’을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주한 영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영국정부의 항공모함 파견에 감사한다고 했다가 면전에서 “영국은 군사적 옵션이 행해지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무리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했다가 헛발질만 한 셈이다.

보수정당 국회의원 출신인 박형준 교수는 “과잉비판이 문제다. 색안경을 끼고 모든 문제를 바라보니까 생기는 문제”라면서 “당대표가 너무 사소한 일에 비판하고 과녁에서 벗어난 말을 하면 정말 중요한 비판 메시지에 힘이 안 실릴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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