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시뇨라 신임 르노삼성 사장은 박동훈 전 사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구원투수로 성공할 수 있을까. <르노삼성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야구에서는 보통 투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다른 투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다. 준비시간을 가능한 충분히 갖기 위해서다. 반면, 투수의 부상 등으로 갑작스레 마운드에 오를 경우 준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달 초부터 르노삼성자동차를 이끌게 된 도미니크 시뇨라 신임 사장의 상황은 후자다. 전임 박동훈 사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하면서 구원투수의 중책을 떠안게 됐다. ‘재무 전문가’란 타이틀이 붙는 그는 한국에 4년간 근무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생산과 판매 등 전반적인 부분을 아울러야하는 사장자리에 적임자인지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말 그대로 ‘느닷없이’ 선임된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이 성공한 구원투수로 평가받기 위해 풀어야할 당면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어본다.

◇ 재무·금융 전문가, 판매·연구·생산 아우를까

한진그룹 일가인 박동훈 전 사장은 카리스마가 남다른 인물이었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그의 외할아버지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의 외사촌이다. 그래서인지 보통의 전문경영인과는 다른 느낌을 줬다. 현대·기아자동차를 향해 거침없이 덤벼들었고, 과감한 언사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르노삼성 최초의 한국인 CEO가 된 배경이었다.

‘박동훈 효과’는 뚜렷했다. 이전까지 잠잠한 세월을 보내던 르노삼성은 박동훈 전 사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뒤 뚜렷한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서 놀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객들의 니즈에 가까이 다가갔다. 결과는 판매 호조와 흑자 전환으로 돌아왔다.

사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SM6와 QM6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며 르노삼성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르노삼성의 이미지는 확실히 박동훈 전 사장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처럼 존재감이 컸던 박동훈 전 사장이기에 공백도 크다. 하지만 도미니크 시뇨라 신임 사장은 박동훈 전 사장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국내 시장상황에 대한 이해도나 공략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대내외적인 카리스마도 박동훈 전 사장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특히 갑자기 부임한 그가 내부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르노삼성은 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에 성공했지만, 파업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에 대해 노조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하나의 변수가 됐다.

즉,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의 가장 크고 어려운 과제는 박동훈 전 사장의 그림자를 벗어나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의 실적도 급한 문제다. 비록 황금연휴 여파가 있긴 했지만, 지난달 르노삼성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내수시장 판매실적이 7,110대에 그쳤다. 내수시장 누적판매실적은 10월까지 8만4,458대로 지난해보다 2.6% 감소했다.

무엇보다 또 다시 꼴찌 추락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 문제다. 르노삼성은 2015년 티볼리로 대박을 터뜨린 쌍용자동차에 밀려 꼴찌로 추락하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SM6와 QM6의 성공으로 다시 꼴찌자리를 벗어났다. 그런데 올해 재차 꼴찌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10월까지 누적판매량은 쌍용차가 르노삼성을 약 3,000여대 앞서있다.

이런 와중에 SM6의 판매량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10월에는 QM6보다 적게 팔렸고, 2,000대를 간신히 넘겼다. 쏘나타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지 오래다. 또한 소형SUV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가운데, QM3는 해당 세그먼트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르노삼성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업계관계자는 “박동훈 전 사장이 너무 갑작스럽게 물러나다보니 후임 사장도 급하게 선임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박동훈 사장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은 멕시코, 브라질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영업적인 부분에서도 경험을 쌓았다”며 “박동훈 전 사장의 사퇴로 인해 특별히 내부 동요는 없으며 신임 사장이 각 조직을 조화롭게 이끌어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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