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연구원들이 주고객층인 마곡지구 스타벅스 매장에선 LG페이 결제가 불가능해 크고 작은 불편이 빚어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마곡지구엔 LG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이 대폭 늘어났다. LG그룹 계열사 연구소들이 집결하는 LG사이언스파크가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마곡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다른 기업들의 연구소 중엔 아직 완공 및 입주가 이뤄진 곳이 거의 없어 ‘LG인’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최근 LG그룹 계열사 연구원 A(31) 씨는 조금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가 벌어진 일이다. 긴 줄을 기다려 주문을 마친 A씨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LG페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스타벅스 점원은 “LG페이로는 결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현금 등 다른 결제방법이 없었던 A씨는 함께 온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상대방이 점심을 사서 커피는 내가 사려고 했던 상황이었는데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나서야 아직 제휴가 안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선뜻 이해가 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마곡지구에서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은 비단 A씨 만은 아니다. LG그룹 계열사 연구원들의 방문이 늘면서, LG페이를 내민 고객이 결제 불가 안내를 받는 경우가 하루에 2~3번이 넘는 날도 있을 정도다. 또한 다른 결제수단을 가져오지 않아 커피를 사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LG그룹 연구원도 있다.

또 다른 LG그룹 연구원 B(30) 씨는 “회사에서 장려하는 부분도 있고, 아무래도 연구원들이다 보니 얼리어답터들이 적지 않다”며 “전에 근무하던 곳 주변엔 스타벅스가 없어 몰랐다가 이번에 불편을 겪은 연구원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주고객층이 LG그룹 연구원일 수밖에 없는 해당 스타벅스 매장에 있어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스타벅스라는 이름값이 있긴 하지만, 자칫 일부 고객을 주변 다른 카페에 빼앗길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LG그룹 계열사 연구소가 집결하는 LG사이언스파크는 마곡지구 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시사위크>

◇ 대기업 페이 전쟁, ‘공정’은 어디로?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아직 제휴가 맺어지지 않은 상태라 LG페이 결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특정 매장에 한해 LG페이 결제를 받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LG페이로 결제를 할 수 없는 곳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같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도 LG페이 결제가 불가능하고,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 유명 브랜드를 운영 중인 SPC그룹 계열사에서도 LG페이는 무용지물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그룹 간 ‘페이 시장 경쟁’을 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가 속한 신세계그룹의 경우 SSG페이를 선보이고 있고, SPC는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스마일페이 확산에 주력하고 중이다. 굳이 경쟁상대의 페이 서비스 확산에 도움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제휴를 맺는데 있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페이도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결제가 되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다만 LG페이의 경우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삼성페이의 경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등으로 인해 사용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SSG페이가 어느 정도 안착한 시점에 삼성페이와 손을 잡았고, 현재는 다양한 제휴서비스를 제공하며 윈-윈을 이루고 있다”며 “하지만 LG페이의 경우 아직 사용자가 많지 않아 신세계그룹이 굳이 손을 잡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요즘 마곡지구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위와 같은 일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그룹 간 경쟁으로 인해 정작 자사 계열사 매장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 자사 직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국감에서까지 다뤄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특정 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모바일페이 결제를 거부해 국민불편을 초래한다”며 “시장 선점이 중요해지자 자사에 유리한 결제를 유도하는 불공정거래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측은 “금융위원회가 특정 페이 결제 거부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신전문금융법상 수취 거부에 해당할 수 있고, 처벌도 가능하다는 금융위의 판단이다.

LG전자 측은 “기술적으로는 현재로 결제가 가능한 상태지만, 제휴를 맺는데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LG페이 가맹점을 최대한 늘려 고객들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