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를 3일 앞둔 8일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 롯데제과의 빼빼로 등 막대 과자들이 진열돼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제과가 ‘한철장사’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한 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면서 판촉 활동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상술’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올해는 ‘나눔’을 모토로 내세우고, 인공지능 로봇까지 등장시키며 차별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 연례행사 된 정체불명의 기념일

올해도 어김없이 정체불명의 기념일, 빼빼로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1990년대 중반 영남의 여중고생들이 11월 11일에 ‘키 크고 날씬해지자’라는 의미로 서로 간에 빼빼로를 주고받은 것이 그 시작이라는 설만 돌뿐,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는 빼빼로데이는 어느덧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는 롯데제과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빼빼로데이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롯데제과는 기획상품을 선보이며 판매촉진에 나섰다. 목걸이나 필통, 다이어리 등 선물과 결합시켜 주요 소비자층인 학생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롯데제과의 전략은 실제 판매 증가로 이어졌고 점차 ‘11월11일=빼빼로데이’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2004년 10월 한 달에만 130억원어치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는데, 제과업계에서 단일 품목으로 월매출 100억원을 넘은 건 ‘자일리톨 껌’에 이어 빼빼로가 두 번째였다.

‘특정 기업의 배만 불리는 정체불명의 기념일’이라는 비판에도 빼빼로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까지 나서 판촉 행사에 나서면서 빼빼로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그 종류만도 20여개에 육박하면서 맛별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 빼빼로 판매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빼빼로데이 20주년이었던 지난해 11월의 빼빼로 매출액은 약 600억원 가량으로 한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10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는 4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셈이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빼빼로데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롯데제과는 올해 역시 잔뜩 기대에 부푼 듯한 모습이다. 4년째 전속모델로 활약 중인 엑소를 올해에도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광고를 새롭게 제작하는가 하면 엑소 한정판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 엑소로 여심공략… 대목 준비 마친 롯데제과

하지만 올해엔 ‘제과 기업의 지나친 상술’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수익금 일부가 지역아동센터 건립에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한 ‘나눔’ 컨셉의 광고를 전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빼빼로를 선택할 수 있게 돕는다는 명분 아래 인공지능(AI)까지 도입했다. 카카오톡에서 ‘빼로’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질문을 하면 답변자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빼빼로를 선택해 준다는 것인데, 여기에도 어김없이 전속모델인 엑소의 얼굴이 등장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빼빼로데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어 몇 년 전부터 수익의 일부를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는 등 나눔을 강조해오고 있다”면서 “올해엔 빼빼로데이가 주말이라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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