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의지를 밝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홍명보, 박지성 등을 새로 발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국민적 비난 여론에 직면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국민사과에 이어 ‘물갈이’에 나섰다. 사퇴 요구가 빗발쳤던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물러난 가운데, ‘월드컵 레전드’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름만으로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홍명보, 박지성 등이다.

물론 홍명보 신임 전무이사의 경우,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감독으로서 실패해 평판이 예년만 못하다. 그러나 그가 우리나라 역대 최고 수비수, ‘레전드’였다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박지성은 말할 것도 없다. 둘 모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붕대투혼’을 보여줬던 이임생 전 텐진 감독을 비롯해 최영일 전 동아대 감독, 조덕제 전 수원FC 감독 등이 새로 요직에 앉았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쇄신인지, 한국축구계에 쌓인 적폐를 해소할 대책인지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특히 홍명보 감독의 경우 대표팀 감독 시절 ‘인맥축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바 있고, 마무리도 좋지 않았다. 축구협회 적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박지성은 선수 시절 국민적 기대에서 크게 어긋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행정가로서의 경험은 없다. 유럽 명문리그 경험이 있고 충분히 잘 해낼 것이란 믿음은 주지만, 다소 섣부른 결정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정몽규 회장은 무슨 책임을 졌냐는 점이다. 대표팀 감독과 핵심 인사들이 모두 명예롭지 못하게 떠났지만 정작 본인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끈 이래 한국축구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크고 작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또 다른 인사들을 선임하며 자신은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처럼 정몽규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팀이라면 모르지만, 국가대표팀과 축구협회는 성격이 다르다. 정몽규 회장이 사유화할 수 없고, 정몽규 회장만 성역에 들어가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는 요즘 대통령 하나 바뀐 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장관이나 실무자 역시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쇄신은 수장 교체라는 점을 시사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정몽규 회장을 위해 한국축구의 소중한 자산인 ‘레전드’가 아무렇게나 소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박지성에게 돌을 던질 국민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정몽규 회장이 박지성에게 기대하는 진짜 역할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몽규 회장에게 묻고 싶다. 축구협회 회장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한국축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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