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O2O 선두기업인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상호 비방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상호 간에 DB를 크롤링하고 비방댓글을 다는 등 다른 업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비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숙박 O2O 기업인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경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 순위를 두고 입씨름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상호 비방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댓글비방전이 펼쳐지는가 하면 경쟁사 데이터베이스(DB)에 무단 접속해 데이터를 추출(크롤링)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결국 경찰 등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 ‘DB크롤링’에 ‘비방댓글’로 얼룩진 숙박 O2O업계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라이벌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의 경연장인 숙박 O2O 업계에서는 그 정도가 심각한 편이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그간 노골적으로 서로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왔는데, 최근 양측 모두 업무방해 등의 정황이 드러나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선 여기어때는 야놀자의 DB를 크롤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상황이다. 이는 이수진 야놀자 대표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데,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숙박 관련 DB에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서버 크롤링으로 접근 시도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크롤링을 한 곳은) 여기어때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경찰은 지난 9월 여기어때를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올바른 업계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이 건을 말씀드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여기어때 관계자는 "크롤링은 업계 동향을 기술적으로 파악하는 통상적인 과정일 뿐, 불법적인 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놀자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올해 5월 부대표 등 회사 임원 3명이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올해 초 특정 아이디가 자사의 기사에 반복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는 여기어때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이 아이디의 발원지가 야놀자인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확대한 것이다.

현재 여기어때는 전모 홍보이사가 퇴사한 사실 등을 근거로 야놀자가 조직적으로 온라인 비방전을 펼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놀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반 직원 3명이 댓글을 단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며 이 중 2명은 경찰로부터 무혐의를 받았다는 게 야놀자 측의 설명이다.

◇ 뒤늦은 댓글비방 폭로… 심명섭 대표 ‘배임’ 물타기?

야놀자 관계자는 “일각에선 압수수색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데 경찰에서는 회사를 대표해 일부 경영진과 댓글을 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크롤링의 경우처럼 경찰이 기소의견을 밝힌 것도 아닌 수사 진행 중인 건에 대해 여기어때가 사안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켠에선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위드커뮤니케이션(여기어때) 심명섭 대표가 배임증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한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는 있는데, 행여나 오너의 배임에서 세간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대법원은 심 대표가 재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의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2년 웹하드 업체인 위드웹을 운영한 심 대표는 콘텐트 저작권 보호 업체 대표에게 기본사용료와 검색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게 해달라며 1억3,00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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