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훈련 중인 손흥민과 이근호.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모처럼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남미의 강호 코롬비아를 상대로 거둔 승리다. 월드컵 최종예선과 이후 평가전을 치르며 극에 달했던 대표팀 비판 여론도 한결 누그러지게 됐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경기 내용이 좋았다는 점이다. 기성용은 중원에서 다시 예전의 무게감을 보여줬고, 손흥민은 ‘에이스’의 가치를 마침내 증명했다. 그밖에 많은 선수들이 한동안 실종됐던 투지와 집중력, 과감함을 앞세워 콜롬비아를 제압했다.

특히 손흥민 활용법의 해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반갑다. 그동안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과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선수가 되는 일이 많았다. 대표팀에서도 종종 번뜩이는 개인 기량을 보여줬지만, 대부분 토트넘에서보다 활약이 미미했다. 이는 팀스포츠인 축구 특성상 필연적인 일이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여러 뛰어난 선수 중 하나지만, 대표팀의 손흥민은 가장 월등한 에이스다. 그만큼 역할이 중요하고, 상대의 경계 1호가 된다.

손흥민 활용법의 고민은 위치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로 측면공격수로 활약해온 그를 측면에 둘 것이냐, 아니면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최전방에 둘 것이냐다. 하지만 측면에 배치하면 중앙에서 해결이 되지 않고, 최전방에 배치하면 고립되는 일이 계속됐다. 손흥민과 시너지를 낼 짝을 찾지 못한 탓이 컸다.

그런데 콜롬비아와의 경기는 달랐다. 최전방에 배치된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한결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훨씬 좋아졌다. 여기엔 이근호라는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

이근호는 기본적으로 다른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손흥민과 유사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중앙보단 측면에 더 적합하고, 뒷공간을 공략하는 움직임과 스피드가 강점이다. 체력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활동량과 범위도 상당하다.

이러한 이근호와 손흥민이 짝을 이루면서 두 선수 모두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상황을 자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빠지면 이근호가 중앙을 공략하고, 이근호가 측면으로 수비수들을 유인하면 손흥민이 좋은 공간을 선점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상대 수비수들은 손흥민과 이근호를 모두 신경 쓰느라 고전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안 좋았던 손흥민의 모습은 홀로 여러 수비수를 상대로 무리한 돌파를 하거나, 적절한 공간 패스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근호와 함께 한 손흥민은 달라진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다. 손흥민과 이근호는 권창훈의 존재감 또한 끌어올렸다. 권창훈 역시 손흥민, 이근호와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순간순간 생긴 상대 수비 틈을 잘 활용했다.

비록 이근호는 결정적인 골찬스를 놓치는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그동안 답답했던 한국축구에 사이다 같은 요소였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한 번의 승리에 취해있을 시간이 없다. 다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는 점은 분명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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