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바른정당 새 대표에 4선의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유 의원은 1위에 올라 당대표에 지명됐다.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유 대표는 책임·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1만6450표(득표율 56.6%)를 획득해 선출됐고, 그 뒤를 하태경 의원(7132표·24.5%), 정운천 의원(3003표·10.3%), 박인숙 의원(1366표· 4.7%)이 2~4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유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고, 이 겨울이 얼마나 길지 우리는 모른다”면서도 “우리가 똘똘 뭉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있을 것이다. 바른정당을 지키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원을 향해 “지난 1월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새로운 보수를 하겠다는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같이 가자. 중도보수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국민에게 “보수가 새로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달라”며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과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우여곡절 끝에 유승민 대표 체제로 신임 지도부를 출범 시켰지만,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전임 지도부인 이혜훈 전 대표 시절도 한자릿대 지지율로 당 운영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현재 신임 지도부보다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13일 주호영 전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까지 탈당하면서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점이다. 여기에 정당보조금 감소·국회 교섭력 약화 등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유승민 대표가 이날 전당대회에서 56.6%의 지지를 얻으며 대표로 당선된 상황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 추진을 둘러싸고 당 내분까지 예고되어 있어 유 대표는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함을 보여준다. 통합파의 집단 탈당으로 당내에는 자강파만 남았다. 하지만 현재 당 내부는 통합전대를 주장하는 정병국 전 대표·남경필 경기도지사·김세연 의원 등과 자강을 주장하는 유 대표·하태경·지상욱 의원 등으로 갈라져 있다.

◇ 비교섭단체 전당대회 현주소

바른정당의 향후  행보가 ‘가시밭길’이 된 상황은 13일 전당대회 현장 규모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지난 6·26 전당대회를 통해 이혜훈 대표 체제가 들어섰을 때 현장에 참석한 당원대표자와 전체 득표 수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6·26 전대 당시 참석한 당원대표자는 전체 562명 가운데 404명이었다. 반면, 11·13 전대에 참석한 당원대표자는 전체 357명 가운데 248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당원대표자 참석 인원이 반토막 난 셈이다. 여기에 이날 전체 집계된 유효득표수도 지난 6·26 전당대회 전체 유효득표수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11·13 전대에서 후보 숫자가 지난 6·26 전대보다 2명이 더 늘었지만 유효득표수는 줄었다. 6·26 전대 당시 이혜훈 전 대표를 비롯해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전 최고위원이 얻은 전체 득표수는 4만 5,606표였다.

반면 11·13 전대에서 유승민 대표를 비롯해 하태경·정운천·박인숙 최고위원, 낙선한 정문헌·박유근 후보가 얻은 전체 득표수는 2만 9084표이다. 표 차이는 1만 6522표로 유 대표가 얻은 표(1만 6450표)보다 컸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8일 원외 당협위원장 51명, 기초·광역의원 47명과 함께 현역 국회의원 8명이 탈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민 대표는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바른정당을 이끌 방안에 대해 “안보와 경제는 강하게 만들고, 민생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겠다. 이 시대의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유능하고 깨끗한 정당을 만들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가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바른정당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