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트렉스타가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 임직원 횡령이라는 삼중고를 만나 시름하고 있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아웃도어 신발전문기업 트렉스타가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창립 30주년을 맞을 전망이다. 주요 실적 지표가 적자로 전환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재무건전성까지 악화된 가운데 임원의 횡령 사건까지 발생한 것. 덩달아 권동칠 회장의 숙원목표인 기업공개(IPO) 역시 기약을 할 수 없게 됐다.

◇ 자본잠식 빠지고 적자 늪에서 허우적

이립(而立)을 앞두고 있는 트렉스타가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경 국내 의류시장에 불어 닥친 아웃도어 열풍과 군납업체 선정 등에 힘입어 수출길까지 열던 성공 신화가 내리막길을 걷는 모양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던 매출은 반토막 났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트렉스타는 59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2013년 활짝 열었던 매출 1,000억원의 문이 3년 만에 굳게 닫혀버렸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10년 전 중동과 남미 진출을 노리던 성장기 수준으로 퇴보했다.

매출만 부진한 게 아니다. 실제 경영성과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적자 터널에 들어섰던 2012년 이후 2014년(영업익) 한 차례를 제외하고 4년째 양 부문 모두에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1억원을 밑돌던 영업손실 규모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당기순손실 규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트렉스타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지고 올해 상반기 중국 쪽 공장을 부산으로 철수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서 “올해 스웨덴 주문량이 작년 대비 200% 증가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 상황이 좋고, 부산 녹산산단에 추진 중인 스마트 자동화 공장이 내년 하반기 정상 운영을 앞두고 있어 점차 이익구조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무건전성도 심각하다. 트렉스타는 2013년부터 자본잠식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7% 수준이던 자본잠식률은 이듬해 28%까지 증가했고, 급기야 2015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그해 트렉스타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3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 문을 두드렸던 2014년에 상장했더라면 1년 만에 상장폐지 됐을 일이다.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트렉스타

이처럼 기업공개의 기본 자격조건인 실적과 재무건전성에서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트렉스타의 상장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렉스타는 최근 임직원 횡령 사건이라는 복병을 만나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졌다. 영업이사 등 회사 직원들이 납품단가를 부풀려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이 내부 회계감사를 통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트렉스타의 피해 금액은 13억원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 규모는 100억원에 이른다는 설도 파다하다.

특히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모 영업이사는 권동칠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로 전해지면서 트렉스타 내부는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조모 이사는 경찰에 구속됐으며, 공범으로 지목된 해외영업이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은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어느 때보다 희망 가득한 새해를 맞아야할 시기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트렉스타. 30주년이 되는 내년엔 희망의 불씨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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