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공사팀장 Y씨 “하도급 대금 4억원 못받아”
직원들 뒷돈으로 2,000만원 상납… 자재 반출 의혹도

시평 64위의 중견건설사 서해종합건설이 올해 초 준공된 서울동부지법 신축공사에서 하도급 대급 미지급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해종합건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12월 이른바 하도급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 중견건설사가 하도급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협력업체 측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협력업체 관계자는 “원청사인 서해종합건설 파트너로 서울동부지법 신축공사에 참여했지만 터파기 비용 등 공사대금 4억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서해종합건설 직원들이 수시로 뒷돈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조달청에서 납품된 건설 자재를 빼돌린 정황인 담긴 CCTV도 확보했다”고 폭로했다.

◇ 복마전 된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축공사

올해 1월 준공한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축공사에서 하도급 대금 미지급, 뒷돈 요구, 자재 반출 등 공사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비리 유형들이 한꺼번에 제기됐다. 동부지법 시공사인 서해종합건설의 협력업체로 참여한 S건설 공사팀장 Y씨는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건설현장의 각종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이어갔다.

Y씨의 사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Y씨가 공사팀장으로 재직 중인 D건설은 2013년 12월 말에 첫 삽을 뜬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서울동부지법 신축공사에 참여하게 됐다. 동부지법 신청사 시공사로 지정된 서해종합건설의 협력업체 자격으로 터파기 작업을 맡게 됐다. 서해종합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64위를 차지한 중견건설사다.

공사는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Y씨가 몸담고 있던 D건설이 부도가 난 것이다. 기초공사부터 삐걱대면서 공기에 차질이 불가피해지자 시공사 측에서는 Y씨에게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터파기 실무자인 Y씨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공사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Y씨는 “공사대금으로 2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서해종합건설의 부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1월 신청사 준공식이 거행되고 동부지법이 송파 시대를 연지 1년이 가까워 오지만 서해종합건설이 약속했던 2억원은 여전히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Y씨의 주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Y씨는 서해종합건설로부터 ‘떼인’ 돈은 터파기 비용이 전부가 아니라고 기자에게 전했다. 자신이 이직한 S건설과 맺은 계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치토(터파기 등 공사현장에서 나온 흙의 더미)를 반출하는 대가로 2억3,00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이 역시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결국 Y씨는 올해 6월 공정거래조정원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민원을 신청했고, 협의회는 사안을 상위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긴 상황이다. Y씨는 이 과정에서 서해종합건설이 “1억원의 합의를 보자는 회유를 해오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 협력업체 팀장 “주말마다 덤프트럭이 자재 싣고 현장 빠져나가”

Y씨는 서해종합건설 직원들이 뒷돈을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C공무대리와 P토목대리 등 서울동부지법 신축공사 실무자들인 이들에게 건넨 돈만 2,000만원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실제 Y씨가 제공한 서해종합건설과의 예금거래 내역서에는 이들에게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폰뱅킹과 CD이체 등을 통해 13회에 걸쳐 1,942만원이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Y씨는 “이외에도 술값 등으로 서해종합건설 직원들에게 200만원 정도가 추가로 지불됐다”고 말했다.

자재 반출 의혹도 나왔다. Y씨는 서해종합건설 현장직원들이 감리사가 부재한 주말을 이용해 수시로 공사현장의 자재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통 현장에 한번 들어온 벽돌이나 시멘트, 철근 등 건설자재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 편인데, 동부지법 신청사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게 Y씨의 설명이다. Y씨가 어렵게 확보했다는 2015년 6월부터 9월까지 현장 상황이 담긴 CCTV 화면에는 덤프트럭에 각종 자재가 실려 현장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는 “서해 측에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현장 직원들은 후문을 이용해 반대 방향으로 자재를 옮긴다’는 설명을 했다. 하지만 당시 후문은 폐쇄돼 있었다. 정문으로 나간 자재들이 트럭에 실려 현장 안으로 들어올 방법은 정문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서울동부지법 신축공사에서 제기된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혹의 당사자인 서해종합건설에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으나, 건설사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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