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첫 재판을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제발 무기징역만 피해 달라.”

‘어금니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이 첫 재판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울먹이며 “무기징역 선고만은 피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으로 희망된 삶을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이영학은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목 졸라 살해한 14세 소녀는 강원도 영월 야산에 내다버렸다. 재판을 지켜보던 한 참관객은 “어이가 없고 뻔뻔하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영학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이영학은 지난 9월 30일 중학생 딸의 친구 A양(14)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먹여 재운 후 각종 성인용품으로 성추행하고 A양이 잠에서 깨어나자 신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목을 졸라 살해해 강원 영월군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이영학은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이영학의 변호인은 이영학이 환각과 망상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장애등급이 있고 간질과 치매 증상이 약간 있다”고도 했다. 이영학 역시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을 통해 “아내가 보고 싶어서 이런 일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영학은 재판에 앞서 ‘무기징역만 좀 풀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장이 해당 내용을 거듭 확인하자 “(피해자에게) 꼭 갚고 싶다. 형을 좀 줄여주면 앞으로 희망된 삶을 살고 싶다. 무기징역만 피해 달라. 딸을 위해 목표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죽은 처의 제사를 지내고 싶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재판장이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용서를 구할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이영학은 고개를 떨군 채 “어떻게든…”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영학은 자신의 딸이 언급되자 심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딸 이모(14) 양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딸을) 여기서 보고 싶지 않다”며 “벌을 제가 다 받고···”라고 말하다 소리 내 흐느껴 울었다. 급기야 재판장이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묻자, 이영학은 “아이를 여기(법정)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며 흐느꼈다.

검찰은 이영학에게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 형법상 살인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사형으로 처벌되는 것과 달리, 강간 등 살인 혐의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다.

한편 북부지법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30분에 공판기일을 열고 피고인 이영학과 박씨, 또 이날 증인으로 신청된 이양에 대해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이씨의 아내 최모(32) 씨 성매매 알선 혐의, 후원금 유용 의혹, 최씨 자살 방조 의혹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이뤄진 후 기소해 다음달 초, 사건 병합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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